"개고기송, 이제 그만 멈춰주세요"

황민국 기자 2021. 10. 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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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레전드 박지성, 구단 'UTD 팟캐스트' 출연, 팬들에게 전한 '간절한 호소'

[경향신문]

황희찬 울버햄프턴 입단 발표 때
원정 팬들 부르는 거 보고 결단
그가 그런 응원가 듣게 해 미안
나쁜 의도 전혀 아니란 거 알지만
한국인에 대한 모독일 수 있어
맨유 구단 “그의 소망 존중하길”

박지성(40·사진)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시절 영국 맨체스터에서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지칠 줄 모르는 박지성이 골을 넣거나 상대를 꽁꽁 묶어버릴 때면 이 노래가 관중석에 흘러나오는 일이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박지성의 응원가로 알려진 ‘개고기 송’이다. 박지성에게 힘을 실어줬던 노래지만 흐르는 세월과 함께 이젠 사라질 때가 됐다.

박지성은 4일 자신이 활약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UTD 팟캐스트’에 출연해 개고기 송으로 불리는 자신의 응원가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박지성이 자신의 응원가에 제동을 건 것은 의도가 아니더라도 한국인, 나아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박(지성), 박. 네가 어디에 있어도 너희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하지만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 애들이 되면 그것은 더 최악이지.’ 응원가의 노랫말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울버햄프턴 황희찬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물론 리버풀 지역민에 대한 비하의 뜻도 있어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맨유로 이적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던 즈음 자신의 응원가를 처음 들었을 때는 팬들이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매우 자랑스럽게 느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박지성은 “팬들이 나쁜 의미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를 들었을 때 많이 불편했지만,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기에 받아들였다”면서 “이젠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박지성의 호소는 아끼는 후배를 위한 결단이기도 하다. 지난 8월 황희찬(25)의 울버햄프턴 입단이 발표될 때 원정 응원을 떠난 맨유 팬들이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지난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한국 선수가 맨유와 경기가 있던 날 울버햄프턴에 입단했다. 그리고 맨유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불렀다. 그때 뭔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어쩌면 그 단어에 대해 선수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내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어왔지만, 요즘 특히 젊은 세대들은 싫어한다. 그래서 그(황희찬)에게 그런 응원가를 듣게 해 정말 미안하다. 맨유 팬들이 나쁜 의도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 수도 있어 그런 내용을 더는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맨유 구단도 “그의 말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팬들이 그의 소망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박지성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맨유에서 뛰면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며 은퇴 이후에는 맨유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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