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때아닌 '모기떼'..늦장마가 몰고 온 불청객

박용근 기자 2021. 10. 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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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름 폭염에 줄었던 모기
물웅덩이 늘자 5배 번식
작은빨간 집모기 급증세
영·유아 일본뇌염 ‘주의’

“모기가 대낮에, 그것도 초가을에 달려드니 황당하죠. 독기가 올라서인지 물렸다 하면 금세 부풀어 오르네요.”

연휴를 맞아 4일 전북 임실 호국원에 성묘를 다녀온 박수빈씨(62)는 “올해는 여름철에도 모기 걱정 없이 지냈는데, 가을에 접어들면서 왜 모기떼가 극성인지 모르겠다”며 “비교적 관리가 잘된 국립묘지에도 모기떼가 출몰하니 다른 풀밭은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여름에 잠잠했던 모기가 가을이 되면서 극성을 부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여름은 폭염이 심했지만 예년보다 장마가 짧았기 때문이다. 모기가 알을 낳을 물웅덩이가 많지 않다보니 번식이 왕성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때아닌 가을장마가 지속된 데다 평균 기온이 낮아지면서 여름철 잠잠했던 모기가 ‘기승을 부리며’ 출몰하고 있다.

전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이틀에 걸쳐 모기 채집에 나선 결과 5453마리가 채집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채집했던 모기(1710마리)보다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통상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8월 중순 이틀에 걸쳐 채집한 1540마리와 비교했을 때도 5배나 늘었다.

이번에 채집한 모기 중에는 ‘작은빨간 집모기’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기는 일본뇌염의 매개모기이며 영·유아에게 매우 위험한 모기군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작은빨간 집모기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6월1일 전북지역이었다. 8월 중순 평균 5마리 정도 채집됐는데, 8월 하순에는 평균 25마리로 늘었고, 9월 들어서는 채집 주기인 이틀마다 평균 50마리 이상 채집되고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일본뇌염은 감염자 중 95% 이상이 증상이 없기 때문에 열을 동반한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급성뇌염, 무균성 수막염 등 열성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서 “예방법은 일본뇌염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가을철 모기떼 출몰로 방역작업도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는 모기 밀집도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일본뇌염 환자 발생에 대한 유행 예보를 실시 중이다. 전주시는 방역기동차량 9대를 가동시켜 공원과 하수구 등 모기 서식지에 대한 방역소독에 나서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민원이 자주 들어와 4명으로 구성된 상시 방역팀을 가동시키고 있다”며 “가급적 풀밭에 가지 말고 긴 팔 옷을 입고 활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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