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커지는 대출난민 우려, 서민 실수요자 부담 줄일 방안 찾아야
[경향신문]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과 제2금융권에서도 잇따라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지난 2일부터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최대 한도를 각각 1억원씩 축소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대부분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함께 대출금리도 한 달 새 0.4%포인트 가까이 올렸다. 금융당국은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카드사, 상호금융 등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가 해약환급금 범위에서 대출하는 보험약관대출 금리도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이른바 대출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1805조9000억원이다. 1년 새 10.3%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0.7% 줄었다. 소득감소 와중에 늘어난 부채는 상당 부분 주택과 주식, 가상통화 등 자산에 대한 투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빠른 속도로 불어난 부채는 실물 성장과 무관하게 자산가격 거품을 초래했다. 시한폭탄과 같은 거품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게 옳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6%대에 이어 내년에는 4%대로 낮춰 관리하기로 한 정부 결정은 적절하다. 실물경제 성장을 저해할 지경까지 가계부채가 팽창했으니 위험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쯤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전세대출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또는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금리는 오르고 대출받기는 까다로워진다.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은 당장 만기를 앞둔 대출 연장을 걱정해야 한다. 전셋값이 급등해 대출로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로서는 전세대출 규제 강화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금리가 더 높은 제2금융권을 찾거나 대부업체, 불법 사금융을 전전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금융약자가 대출 난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획일적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대출이 막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대출 확대 방안도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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