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5일 만의 남북 통신선 연결, 안정적 대화 마중물 되길
[경향신문]
끊겼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4일 다시 이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10월 초 복원’ 의지를 밝힌 지 닷새 만이자 지난 8월10일 한·미 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끊은 지 55일 만이다.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남북 연락선을 복원해 다행스럽다.
이번 통신선 재연결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일주일 뒤에 공개적으로 통신선 복원 의지를 표명하고, 실제 이행했다. 이는 북한 또한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통신선 재개를 조심스럽지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로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통신선 복원이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북한은 이날 통신선을 재개하면서도 남측에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언급한 ‘중대과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측의 이중기준 철회를 가리킨다. 북측은 지난달 말부터 남측과 미국이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면서 남측의 미사일 시험은 정당하다고 하자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즉 북측으로서는 자신들의 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이 미국의 적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도 남측이 이런 성격을 무시하면서 무기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측을 향해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이에 대한 남측의 노력 등을 보면서 대화 문호의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남북은 모처럼 이뤄낸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다시 관계 개선과 협력 확대의 길로 가야 한다. 독일을 방문 중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3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참가를 위한 연내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의사를 밝혔다.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화의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부를 수 있는 미사일 개발 경쟁 등은 접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문제 등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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