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부상자 돕다 숨진 이영곤.. 동료들이 '의인 의사상' 줬다

김준호 기자 2021. 10. 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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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영곤 원장. /가족 제공

지난 1일 저녁 경남 진주시 대안동 이영곤 내과의원에 불이 켜졌다. 지난달 22일 원장 이씨가 고속도로 교통사고 부상자를 도우려다 사고로 숨진 뒤 며칠째 문이 닫혀 있던 병원에 의사 10여 명이 찾아왔다. 대한내과의사회와 대한내과학회 소속인 이들은 이 원장의 아내와 아들, 딸에게 ‘의인 의사상’을 전달했다.

김민수 경남개원내과의사 회장이 상패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의사로서 다짐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항상 마음속 깊이 새기며, 급박한 위해에 처한 타인을 구조하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참된 정신은 사회의 경종을 울리고 귀감이 됐습니다.” 유족들은 “저 하늘 큰 빛으로 어두운 땅 밝히신 선생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대한내과의사회와 대한내과학회서 전달한 의인의사상

이씨는 1996년부터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인근에서 작은 내과를 운영한 ‘동네 병원 원장’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그가 평소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하고, 점심시간을 쪼개 20년 넘게 재소자들을 돌본 사실이 알려졌다. 고인의 오랜 지인인 백경권 대한내과의사회 고문은 “정부가 주는 의인상은 아니지만, 의사들이 먼저 나서 고인을 기리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씨 유족에게 위로금 300만원도 전달했다.

진료실엔 이 원장의 흰색 가운과 평상시 사용한 청진기 등 집기가 그대로 있었다. 이 원장의 아들 승규씨는 “당분간 아버지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겠다”고 했다.

생전 이 원장의 선행과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진주시는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에 이씨를 의사자(義死者)로 인정해달라고 청구했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이영곤 원장의 의사자 인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글에는 4일 오후 현재 4700여 명이 동의했다.

이 원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던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53분쯤 진주시 정촌면 남해고속도로 진주나들목 인근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차량 운전자를 도우려다 뒤이어 발생한 2차 사고로 숨졌다.

지난 22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 운전자를 도우려다 참변을 당한 의사 이영곤 씨의 진료실에 고인의 친구와 환자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놓여 있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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