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주년 노벨 생리·의학상, 美 촉각 기초연구 선정..우리는 언제쯤

김도윤 기자 2021. 10.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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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노벨 생리·의학상에 데이비드 줄리어스·아르뎀 파타투티안 (C) 뉴스1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생리학과 교수와 아르뎀 파타푸티안 캘리포니아 라호야의 스크립스연구소 신경과학자가 4일 선정됐다. 두 사람 모두 미국인이다.

노벨상 주최측은 '온도와 촉각 수용기'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두 사람을 올해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광국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데이비드 줄리어스, 아르뎀 파타푸티안 교수는 온도 수용체 및 촉각 수용체 발견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이들의 발견으로 감각을 통한 느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으며 만성 통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전했다.

인체의 촉각, 통증과 관련한 기초연구로 과학 발전에 기여한 두 사람의 공동 수상은 우리 과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황선욱 고려의대 교수는 "공동 수상자는 우리 몸의 촉각에서 센서 역할을 하는 분자를 최초로 발굴했다"며 "줄리어스 박사는 우리 몸이 뜨거운 온도를 감지하는 분자를 발견했고, 파타푸티안 교수는 꼬집거나 만지거나 할 때 느끼는 기계적인 촉각 수용체 센서 분자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자 수준에서 촉각과 통각의 원리를 규명해 관련 분야 발전을 이룬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희철 고려의대 교수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는 우리 몸이 찌르면 아프고 고추를 먹으면 맵다고 느끼는 등 감각과 관련한 기본적 연구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라며 "캡사이신이 어떤 기전을 통해 우리 몸에 맵다고 느끼는 신호를 전달하는지 등 촉각, 통증, 온도와 관련 있는 수용체를 발견한 공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수상자의 이 발견은 우리 몸의 감각 체계를 좀더 연구할 수 있는 기초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선 단기 성과에 집착해선 안 되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기초연구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희철 교수는 "기초연구는 어떻게 보면 순수한 호기심, 고추를 먹으면 매운데 어떤 기전을 통해 우리 몸이 맵게 느끼는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한 과정"이라며 "우리나라는 단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도 기초연구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꾸준히 연구할 수 있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직 연세의대 교수는 "노벨상 수상을 위해선 기초과학 연구에 깊이가 있어야 한다"며 "당장 결과를 얻어내려는 투자로는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연구 투자에 대한 국가나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많이 기다려줘야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인재를 많이 키우면 우리도 앞으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주 서울의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기초연구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체의 신비를 해결하기 위한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인한 연구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지속해야 한다"며 "그래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특히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선정되지 못했다"며 "국내에도 열악한 여건에서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의학 연구자가 많은데, 이 분들이 좀더 소신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이호왕 교수뿐 아니라 코로나19(COVID-19) 백신으로 처음 상용화에 성공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관련 연구에 기여한 헝가리계 미국인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미국의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등이 거론된 바 있다.

'한국의 파스퇴르'로 불리는 이호왕 명예교수는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예방 백신을 개발했다. 칼 존슨 미국 뉴멕시코대학 명예객원교수와 함께 한타바이러스 분리 및 동정, 신증후군출혈열(HFRS) 연구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mRNA 백신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과학계 상을 줄줄이 수상했다. 지난 2월 로젠스틸상, 8월 호위츠상, 9월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았다. 이어 지난 9월 24일 노벨 생리의학상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래스커상까지 탔다.

카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의 연구는 실제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됐다. mRNA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에서 접종되며 코로나19와 싸우는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박병주 교수는 "노벨상 선정 과정을 보면 1년 전부터 후보를 찾기 시작하는데, 작년 9월 시점에선 코로나19가 (과학계에서) 지금 정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 전이었다"며 "노벨상 선정 과정은 50년 뒤 발표하게 돼 있는 만큼 mRNA 관련 연구가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알 수 없고, 내년에 또 후보로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이날 생리의학상에 이어 오는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순으로 발표된다.
지금까지 한국인 중에선 유일하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아직 한국인 중 과학 분야 노벨상 수장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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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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