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레이션 공포] '착한' 에너지의 '독한' 후폭풍, 탄소중립이 물가 상승 부추긴다

은진 2021. 10. 4. 2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친환경 비철금속 가격 급등
中 전력난에 에너지 가격도 올라
연료탄은 155% 뛰어 역대 최고가
韓 수출 타격·공공요금 인상 자극
"세계적 공급 차질, 물가 불안으로"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로 접어든 세계 경제가 또 다른 변수에 부딪쳤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중국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맞물려 경기 반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친환경 산업 확대로 수요가 늘고 있는 알루미늄·구리·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연초 대비 4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리는 15.1%, 니켈은 4.5% 각각 상승했다.

특히 전기차·태양광 패널의 주요 소재인 알루미늄은 생산·정련 과정에서 대량의 전기가 필요한데, 전 세계 알루미늄의 60%를 정련하는 중국 정부가 탄소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화력 발전을 제약하면서 전력 공급이 제한돼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지난 7월 말부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 조치를 시행했고, 알루미늄을 비롯한 금속 정련시설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중국 정부는 신규 정련소 건설 규제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우려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강도 높은 탈(脫)탄소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13.5%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해당 계획에 따라 올해 중국은 GDP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전년 대비 3% 줄여야 한다. 하지만 높은 화력 발전 의존도를 급격하게 줄이는 탄소 감축 목표치를 맞추려다 전력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발(發) 전력 수급 차질은 석탄·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석탄 가격을 결정하는 호주 뉴캐슬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현물)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206.3달러로 연초 대비 155.4%나 급등하며 연중은 물론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여름부터 냉방기기 등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높아졌는데, 중국 정부는 화력 발전에 필요한 석탄 생산 제한 조치를 유지하며 수급 불확실성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현물가격(CIF)은 지난 8월 기준 톤당 534.6달러로 전년 대비 68.5%나 치솟았다. 동북아 LNG 가격지표인 JKM은 지난해 7월 100만BTU당 2.56달러에서 지난달 27.49달러로 10배 넘게 올랐다.

이 같은 글로벌 에너지 리스크는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흐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중간재·완제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 특성상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수출에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58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수입액(516억2000만달러)도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42억달러)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연료비 상승이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급등한 유가를 반영해 4분기 전기요금을 8년 만에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라 오는 11월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물가 압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그린플레이션이 물가 불안을 추가로 자극할 여지가 있다"며 "기업생산 비용 부담 상승과 가계 소비 여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관련사설 23면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