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모델링하면, 집까지 빌려주네요
인테리어 업계 공격 마케팅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가구 업체 한샘 매장 한쪽에는 집이 한 채 지어져 있다. 방 2개와 거실·주방으로 꾸며진 50㎡(15평)짜리 공간으로, 이 한샘 대리점 매장에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맡긴 고객이 공사 기간에 임시 거처로 사용할 수 있다. 매장 입구와 출입문이 따로 나 있어, 일반 집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샘 대리점 중에는 동네 아파트나 원룸을 고객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집을 통째로 고치려는 수요가 급증하자, 아예 공사 기간 머물 숙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생겨난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예전엔 리모델링이 새집으로 이사할 때나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엔 살던 집을 완전히 뜯어고치려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 이후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에 벽지·욕실·가구 등 집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이른바 ‘토털 인테리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거세다. ‘집콕’ 시간이 크게 늘고,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사를 포기한 이들이 살던 집에 투자하는 것이다.
◇자체 브랜드 내놓고 대형 매장 만들고
건자재 업체 LX하우시스는 새로 문을 여는 전시장을 대규모로 만들고 있다. 이달 문을 연 710㎡ 규모 ‘지인스퀘어 순천점’에선 인테리어 자재는 물론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볼 수 있다. 순천 지역 아파트 평면도를 그대로 적용한 모델하우스도 마련했다. 욕실부터 주방까지 한 번에 어떻게 리모델링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X하우시스는 이런 대형 매장을 올해 말까지 1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 들어 창호·바닥재 같은 주력 제품군을 주방·욕실 분야로 확대하기도 했다. 직접 생산하지 않는 가전·가구는 LG전자 등과 협업한다.
현대리바트는 작년 말 욕실 전문 리모델링 브랜드 ‘리바트 바스’를 출시한 데 이어, 현대백화점·아웃렛을 중심으로 대형 전시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소파와 식탁, 수납장 등 일반 가구부터 주방 가구·욕실 관련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시공 인력도 매년 30%씩 늘리는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가구와 가전을 합친 새로운 제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을 할 때 자사 가구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주방·욕실 위주인 리모델링 서비스를 연말엔 창호·바닥재 등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장 공격적인 업체는 한샘이다. 한샘의 리모델링 전문 매장 ‘한샘 리하우스’ 대리점은 2018년 말 82개에서 지난달 650개로 8배 증가했다. 부엌·욕실·마루·창호·조명 등 인테리어 관련 제품 대부분을 볼 수 있는 대형 쇼룸도 같은 기간 20개에서 33개로 늘었다.
◇아파트 위주, 시장 확대 유리
국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8년 18조원에서 2025년 32조4000억원, 2030년 4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모델링은 그동안 주로 동네 업체가 가구·자재 업체에서 제품을 사오고, 시공 인력을 고용해 공사하는 구조였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리모델링 시장은 영세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 같은 곳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이 아파트 중심인 만큼, 리모델링 시장은 대기업들이 표준화·브랜드화를 통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리모델링 서비스산업의 시작’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아파트라는 정형화된 주거 공간이 있어서 (인테리어를) 대중화, 표준화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며 “대중성(유행)을 따르는 성향 역시 리모델링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동네 소규모 업체 사이에선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대기업이 자사 대리점과 대형 체험형 매장, 홈쇼핑 등을 통해 직접 자재 판매와 시공에 나서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인테리어 대기업이 면적 합계 1500㎡ 이상 규모의 매장을 내기 전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에 미리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상생 협약이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맺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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