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국감을 삼킨 '대장동 게이트'
여야가 지난 1일부터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국감이니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짙은 전운이 정치권을 드리우고 있다. 국감이라기보다 대선 전초전에 가까우니 당연한 분위기다. 국감을 둘러싸고 있는 전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조준한 일명 '대장동 게이트'와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여권인사 고발사주 의혹'이다. 특히 대장동 게이트는 이 지사 외에 윤 전 총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이 연루돼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를 모두 아우르는 전방위적 게이트로 확전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를 향한 국민적 관심은 매우 강렬하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의혹과 폭로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혼란만 더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단편적으로 노출되는 퍼즐 조각 같은 정보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더 헷갈리게 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됐고, 화천대유 대주주로 알려진 김만배씨도 조만간 소환조사가 이뤄진다고 한다. '꼬리'로 지목된 이들의 연결고리가 어느 '몸통'으로 연결돼 있을지 수사가 빠른 진전을 보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문제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대선 주자들의 운명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경선을 치르고 최종 후보를 낙점한다. 현재까지 과반 득표를 달성한 이 지사가 남아 있는 서울·경기 순회 경선과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50% 이상 득표에 성공한다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본선행을 결정짓는다. 지난 3일까지 진행한 민주당 지역 순회경선과 1·2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 지사는 54.90%로 본선행 확정을 거의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8일 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거쳐 다음 달 5일 결정한다. 민주당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수사 결과가 그 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감이 여느 해 국감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국감은 수사가 아니니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근접한 윤곽이라도 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은 국감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감이라는 상징보다 내년 대선 직전에 치르는 국감이라는 점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민생 국감이 돼야 한다는 당연한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릴 지경이다.
하지만 벌써 맹탕 국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장동 게이트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증인 채택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 전 기획본부장과 김씨 등이 포함된 상임위원회별 국감 증인·참고인 신청 46명(위원회 중복)의 명단을 공개했다. 국토교통위원회 18명, 법제사법위원회 17명, 행정안전위원회 30명 등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지사를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국감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의 경우 오는 18일 행안위 경기도 국감, 20일 국토위 경기도 국감 등이 잡혀 있어 출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사가 오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된다면 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증인·참고인 신청 요구를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게이트를 빌미로 국감을 대선 정쟁용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연일 국감 증인 채택을 놓고 줄다리기만 하는 통에 일부 상임위는 증인 채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첫날 국감 대부분은 대장동 게이트의 여파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했다. 국민의힘은 국감장에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내걸었고 민주당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충돌했다. 국감은 20일 가량 남아있지만 여야 간에 수박 겉만 핥는 신경전만 반복하다 끝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들의 기대치와는 달리 국감이 최악의 정쟁으로만 치닫는다면 남는 것은 국민들의 실망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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