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위장당원' 의혹제기에 경쟁 주자들 "당원 모독"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일 당 경선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에 “위장 당원이 많이 가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 주자들은 “당원 모독”, “1일 1망언” 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측이 당에서 제공한 선거인단 통계자료를 오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벌였던 경선룰 논쟁이 두 번째 라운드에 접어든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산 사상구 국민의힘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권이) 우리 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여러분도 위장 당원들이 엄청나게 가입했다는 것을 들었을 것”이라면서 “당 경선 과정에서 내부 총질도 있고 민주당 개입도 있지만 합심해서 진짜 주인에게 나라를 돌려주자”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일부러 택하는 역선택을 노리고 국민의힘에 최근 대거 입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 측은 경선버스 출발 초반에 경선룰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위장 당원은 국민의힘 경선에는 투표권 행사하지만 본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그런 분들이 우리 당의 당원으로 많이 (와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거듭 위장 당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당원 신청 가입서 접수하는 사람도 이게 누구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추측할 만한 강한 의혹들이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김용남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층에서 윤석열 후보는 대단히 낮게 나오고 홍준표 후보는 대단히 높게 나온다. 이걸 역선택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방식이 조금 바보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이 대표 취임 이후 신규 입당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일 전당대회 기간 이후 4개월여간 26만5000명이 늘었다. 이중 87%가 월 1000원 이상의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을 신청했다. 책임당원은 경선 선거인단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연령별로는 20·30·40대, 지역별로는 호남·수도권에서 8~9배 정도 입당자가 늘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발언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젊은 세대와 수도권 등에서 홍준표 의원에게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경쟁 주자들은 “당원들에게 사과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슨 근거로 (위장당원을) 말하느냐. 이 대표 당선 이후 2030 당원 등 신규당원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 분들이 위장당원이라는 말인가”라며 “증거가 있으면 내놓고, 없으면 당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썼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SNS에 “정권교체를 위한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당원 가입한 분들에게 위장 당원이라니 실언이 도가 지나쳤다”며 “당원은 당의 주인이다. 위장 당원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당원께 사과하라”고 했다. 홍 의원 캠프도 논평을 내고 “윤 후보 발언은 당원 모독”이라며 “당 지도부가 전 당원을 대표해 윤 후보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논평을 통해 “왜 지지율 급락을 남탓으로 돌리는가”라며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장막 뒤 스승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SNS에 올린 글에서 “일부에서 (민주당 정권이) 조직적으로 우리 당 경선에 개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렇기에 부산 당원 동지들을 뵙는 자리에서 국민과 당원들이 민주당의 정치 공작에 경각심을 가지고 똘똘 뭉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제 발언의 의도를 왜곡하며 공격하여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분들이 있어 유감”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선거인단 관련해서 각 후보들이 함의를 파악하고 선거 준비할 수 있도록 시험범위를 공개하는 의미에서 지난 주에 지역별, 세대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했는데 윤 후보측에서 그 자료를 해석하면서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제가 확인한 세부통계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시험범위에 맞게 각자 열심히 공부하시면 된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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