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숨통 트일까..대기업 채용 시장 열린다, IT 쏠림 뚜렷해져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고용"
◆ 10대그룹 하반기 채용 ◆
대기업들이 여전히 연구개발(R&D) 인력 등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고 있어 문과생의 취업 문은 상대적으로 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다수 그룹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롯데그룹은 30여 개 계열사에서 전년보다 70% 이상 신입사원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삼성그룹은 구체적 공채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올해 채용 규모가 전년보다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대기업들이 그룹 단위 공채에서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선발 방식을 전환하고, 정보기술(IT)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채용시장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트렌드다. '구직난 속 구인난'인 셈인데 일부 대기업은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선 전공에 집착하지 않고 역량 있는 인재를 뽑은 뒤 사내 재교육을 실시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년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직무 전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 역시 "전공과 관계없이 채용한 뒤 IT 개발자로 양성하기 위해 비전공자 IT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별 채용 규모·방식
삼성·포스코 등 5곳만 공채유지
SK는 내년부턴 수시 채용 채택
삼성은 3년간 4만명 고용 추진
온라인 필기시험·화상면접 등
코로나로 도입한 비대면 채용
앞으로도 상시적으로 활용
4일 매일경제가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 규모를 문의한 결과 '예년 수준'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코로나19 타격으로 신입 채용을 줄였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답변이다.
채용 방식은 수시 채용이 과반이었다. 10대 그룹 중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 SK, 포스코, GS(일부 계열사), 신세계 등에 그쳤다. SK는 올해 공채를 마지막으로 내년부터는 수시 채용으로 전면 전환한다.
그룹별로 채용 방식에 대한 고민은 엇갈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에서 공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이기도 하고 국내 채용 시장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공채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SK그룹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다양한 비즈니스가 빠르게 떴다가 지는 상황에서 적기에 인재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규모가 큰 대기업들도 갈수록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고정적 규모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수시 채용 확대가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채용시장 분석업체 '사람인' 관계자는 "대기업 공채가 많이 줄고 수시 채용 형태로 변하면서 대기업의 채용 규모 자체가 줄었다. 기업 단위가 아닌 부서·부문별 채용도 이뤄지며 특화된 형태로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채용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채용 규모를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며 공채 규모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삼성그룹 하반기 공채 규모가 예년보다 늘어난 6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대졸자 기준 연간 2000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으로, 이는 2019년에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기 전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라며 "연구개발 부문은 채용 때마다 수백 명 단위로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역시 "코로나19 장기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1만명가량 인원을 채용해왔던 LG그룹 역시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롯데그룹은 다시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올해 30여 개 계열사가 채용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70% 이상 신입사원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포스코그룹은 "미확정", 한화그룹은 "유연하게 결정", GS그룹은 "연평균 4000명 규모", 현대중공업그룹은 "하반기 300명 규모", 신세계그룹은 "예년 수준"이라고 각각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적성 검사, 필기시험 등은 10대 그룹 모두가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다. 면접 방식도 1~2차 단계에서는 화상면접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비대면 전형은 시공간 제약이 작아 전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더라도 비대면 전형을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대면 면접을 실시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수 인재를 선별하는 비대면 면접관의 역량 강화에 기업들이 힘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대면 면접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면접 위원들이 지원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역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우수한 면접위원을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용 시장에서 이공계 선호도는 여전하지만 '융합형' 인재를 찾는 수요도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부 제조 분야를 제외하고는 결국 개개인의 잠재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경험적 판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배터리 등 그룹 추진 사업 특성상 이공계 출신이 필요한 직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다양한 영역이 융합되고 있는 최근 추세로 봤을 때 계열 구분보다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2023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최한 채용 행사엔 미국 12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기업들이 특정 기술 분야에서 구인난을 겪는 원인을 대학 교육의 경직성에서 찾기도 한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산업계에서 정보기술(IT) 등 특정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대학 학과 정원의 경직성 때문에 필요한 만큼 인재가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자리 시장의 미스매치 현상만 해소돼도 청년실업 해소는 물론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우람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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