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 칼럼] 정치인가 결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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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년 7월 11일, 알렉산더 해밀턴은 부통령 에런 버와 권총결투를 벌였다.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은 연방당을 이끌었다.
해밀턴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해밀턴은 민주공화당 출신 제퍼슨을 미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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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과 버는 앙숙이었다. 1791년 상원 선거에서 버는 해밀턴의 장인인 현직 필립 스카일러를 눌렀다. 1800년 대통령 선거 때 두 사람은 철천지원수가 됐다. 미국 대통령은 선거인단이 뽑는다. 그런데 토머스 제퍼슨과 버가 똑같은 표를 받았다. 이럴 때 결정권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당시 하원은 연방당이 지배했다. 해밀턴은 민주공화당 출신 제퍼슨을 미워했다. 그러나 버보다는 덜 미워했다. 해밀턴은 차악 제퍼슨을 택했다. 하원은 제퍼슨을 대통령으로, 버를 부통령으로 뽑았다. 해밀턴의 '공작' 때문에 버는 대통령이 될 기회를 날렸다.
1804년 버는 뉴욕 주지사에 출마했다. 해밀턴은 버가 가는 곳마다 고춧가루를 뿌렸다. 해밀턴은 편지에서 버를 "방탕하고, 주색잡기를 일삼는" 인물로 깎아내렸다. 해밀턴의 맹렬한 낙선운동 탓에 버는 무명 신인에게 주지사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권총 대결은 둘 모두에게 재앙이었다. 해밀턴은 목숨을 잃었고, 버는 정치생명을 잃었다.
정치 양극화는 우리도 일가견이 있다. 조선은 환국(換局), 곧 정권교체기 때마다 피가 흘렀다. 숙종 때 남인이 실각하고 서인이 권력을 잡았다(경신환국). 9년 뒤 남인이 정권을 재탈환했다. 이때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사약을 받았다(기사환국). 서인은 이를 갈았다. 그로부터 5년 뒤 서인은 남인을 박살낸다. 당쟁사 전문가인 역사학자 이성무에 따르면 "남인들은 기사환국 때보다 훨씬 많은 수가 처벌되었다.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해 두 번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단숨에 읽는 당쟁사 이야기)
대장동 수렁에 빠진 대선판이 어지럽다. 원수가 따로 없다. 이재명 경기 지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봉고파직하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봉고파직에 더해 남쪽 섬으로 위리안치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곧바로 "이재명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놓겠다"고 반격했다. '공업용 미싱' 발언 이후 23년이 흘렀지만 한국 정치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국 정치는 갈등의 증폭기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그 원인을 승자독식 구조에서 찾는다('대한민국 금기 깨기'). 국회의원은 단 1표라도 더 얻은 사람이 다 가져가고, 대선에서 진 정당은 손가락만 빤다. 그러니 무슨 수를 쓰든 상대를 무너뜨리려 기를 쓴다. 타협은 곧 패배다.
한국 정치가 'OK목장의 결투'가 된 원인을 더 깊이 캐면 양극화가 있다. 빈부, 정규직·비정규직, 유주택·무주택은 곧 그 사람의 신분이다. 유권자는 두 패로 갈렸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다. 정치인은 양극화에 편승하고 조장한다. 공동체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양극화가 심하다고 한들 흑백 인종차별 양극화만이야 할까.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27년을 감옥에서 살고도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를 화해로 치유했다. 우린 왜 이런 지도자가 없을까. 나는 그 점이 참으로 아쉽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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