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승리했지만..류현진은 웃지 못했다

이용건 2021. 10. 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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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전서 5이닝 2실점
시즌 14승..개인 최다 타이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토론토 전력 기대 뛰어넘고
핵타선에 젊은 투수들 선전
에이스 류 체인지업 부활 관건
4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 타선을 상대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는 류현진. [AFP = 연합뉴스]
찰리 몬토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은 지난해부터 류현진(34)이 호투한 경기에 대해 '빈티지 류(vintage Ryu)'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에이스가 변함없이 잘 던졌을 뿐이라는 찬사인데, 정작 류현진은 팀이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던 9월 이 표현을 거의 듣지 못했다. 몇 번의 중요한 경기에서 안정감이 떨어졌고, 팀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지막 경기에 나서 승리했지만 경쟁 팀에 의해 가을야구 탈락이 결정되면서 개인 최다승 타이 기록(14승)도 빛이 바랬다.

류현진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탈삼진 7개)으로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홈런 1개와 피안타 6개를 맞는 등 이날도 안정감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3회까지만 9득점을 올리며 폭발한 팀 타선에 힘입어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일단 이기고 봐야 하는 경기였다. 토론토는 경기 전까지 90승71패로 공동 2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 한 경기 차로 뒤지고 있었다. 나머지 두 팀 중 하나가 패하기만 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뉴욕과 보스턴 두 팀 모두 거짓말처럼 9회에 결승 홈런을 날리면서 토론토의 희망은 사라졌다.

162경기를 치른 토론토는 올 시즌 확실한 강팀이었다. 시즌 전 류현진뿐이라는 평가를 받던 선발투수진은 오히려 로비 레이(평균자책점 2.84, 13승), 스티븐 매츠(3.82, 14승), 알렉 마노아(3.22, 9승)가 제 몫 이상을 해냈다. 1선발이었던 류현진이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하지 않았더라면 2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

올 시즌 토론토의 방망이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팀 홈런은 30개 팀 중 압도적인 1위(262개)였고,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0.796)도 1위, 팀 득점은 3위(846점)였다. 2013년 데뷔한 류현진이 규정 이닝을 채운 시즌 중 가장 부진한 평균자책점 4.37(기존 2014년 3.38)을 기록했음에도 네 번째 14승(2013~2014년, 2019년, 2021년)을 거둔 이유다.

시즌을 끝낸 류현진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던 체인지업을 다시 '빈티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4~5월까지 견고한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은 6월부터 들쭉날쭉한 모습이었다.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을 끌어올리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고무적인 부분은 류현진이 34세 시즌에도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했는데 이는 MLB 데뷔 이래 최다였다. 타선은 젊고 힘 있는 타자들로 가득하고 젊은 투수들은 여전히 류현진에게 배우려고 한다. 건강만 유지하면 류현진에게 남은 토론토와의 2년은 여전히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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