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축소나선 마이크론..삼성·SK, 메모리 시장 먹구름끼나
메모리 시장 둔화 우려·공급망 부족으로 출하량 감소
비대면 PC·스마트폰 수요 감소.."수요하락 직면할 것"
IC 부족으로 출하량 감소..동남아·中 전력난 차질도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메모리 사업부 실적과 업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재고자산 축소에 나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가능성과 핵심 부품 공급망 문제 등 불확실한 상황을 선반영해 재고자산을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업황에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 이후 공개한 기업회계자료에서 해당분기 재고자산이 44억8700만달러(약 5조322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1% 줄었다고 발표했다.
재고자산은 판매를 위해 보유하거나 생산과정에 있는 자산으로 고객사의 시장 유동성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마이크론이 재고자산 축소에 나선 것은 2019년 말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은 다음 1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4분기(6~8월)까지는 매출 82억7400만달러(약 9조74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1.5% 증가했지만 1분기(9∼11월)에는 매출 74억5000만∼78억5000만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시장 예상치를 8% 이상 밑돌 것으로 봤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재고자산 축소는 메모리 시장 둔화 우려와 공급망 부족으로 인한 출하량 감소 등을 선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향후 업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회계 분기 마감이 한 달 앞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실적의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사업에서 D램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하고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매출에서 D램 매출이 90%를 넘어선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했던 PC·노트북 등 비대면 수요 감소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꺾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와 달리 대형 PC 고객사들이 보유한 D램 재고가 넉넉한 상황이라서 4분기에는 추가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존 전망치(14억5000만대)보다 4000만대 가량 낮춘 14억1000만대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2분기에 스마트폰 제조사는 요청한 부품의 약 80%만 받았다”며 “3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장기간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애널리스트의 질문에도 “완만한 수요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린 노트북·크롬북·PC·스마트폰·서버 등 수요가 전체적으로 점차 감소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수요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D램은 제품 전체 평균적으로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PC용 D램이 최대 5~10% 수준으로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IC 부족으로 메모리 못 만든다”…동남아·중국 악재도 잇따라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도 악재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로 촉발된 시스템 반도체 분야 공급망 문제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핵심 부품 부족 사태로 확산했다.
마이크론은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 집적회로(IC) 부족이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 내에서 필수적인 IC 부족이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출하에 영향을 끼쳤다”며 “부품 부족으로 인해 출하량이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를 활용하는 전자제품 생산기지인 동남아의 코로나19 확산과 중국의 전력난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진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전자제품 최대 생산지로 꼽히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같은 공급망 문제로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애플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대만 유니마이크론은 중국의 전력난으로 이달 말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전자제품 생산 차질이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비메모리와 부품 부족 이슈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워 수요 감소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배진솔 (sincer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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