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 반입량 2.7배 해결한 시멘트업계
[편집자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쓰레기 문제. 시멘트산업이 그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쓰레기를 연료나 부재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도입하면서다. 산림 훼손을 줄이면서 쓰레기도 처리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시멘트산업의 역할과 육성방안을 모색해본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쓰레기 중 800만톤 이상이 시멘트를 통해 재활용됐다. 연간 국내발생 쓰레기 1억8000만톤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처리시설 부족과 매립지역의 포화로 '쓰레기 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산업이 자원선순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업종의 쓰레기 재활용량은 807만8000톤이다. 수도권 쓰레기를 소화하고 있는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연간 반입량 300만톤을 2.7배가량 소화하고 있는 양이다. 인천 매립지는 2025년을 끝으로 운영 중단을 선언해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예고돼 있다.
시멘트업계의 쓰레기 재활용량은 해마다 들어나는 추세다. 2014년 559만톤에서 점차 증가해 2019년 809만톤까지 늘어났다. 5년간 45%가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증가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일시적 수급조절 문제일 뿐 쓰레기 재활용 증가 기조는 꺾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석탄재는 주로 화력발전소나 제철소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이다. 국내의 경우 주로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왔으나 방사능 오염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 발전소 등과 계약을 맺고 국내 물량을 늘리고 있다. 슬러지라고도 불리는 오니는 산업이나 생활 부산물(찌꺼기)을 일컫는다. 일례로 생활하수에서 침식된 오물덩어리가 오니의 일종이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하지 않으면 매립하거나 강·바다로 흘려보내야 한다.
시멘트 공정의 3%를 차지하는 규석은 폐주물사로 대체할 수 있다. 주물사는 주물공장에서 거푸집으로 쓰는 모래로, 사용 후에는 주로 매립하는 폐기물이다.
생활쓰레기에서 많이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은 이런 원료를 녹이는데 필요한 연료로 쓰인다. 석탄(유연탄)의 대체연료 격이다. 지난해 폐플라스틱 140만톤 등 174만톤의 쓰레기가 국내 시멘트업계의 보조연료로 쓰였다.
시멘트는 석회석 등 원료를 최고 온도 2000도의 소성로에 완전히 녹인 뒤에 냉각시킨 알갱이다. 고열의 과정을 거치면서 유해물질도 분해된다. 소성로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한 번 열을 떨어뜨리면 다시 온도를 끌어올리는데 높은 비용이 든다. 근로자는 쉬어도 소성로는 쉬지 않는다는 말은 이래서 생겼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선 폐기물 활용에 적극적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쓰레기까지 소비하는 1석2조의 효과다. 1911년 준공한 벨기에 오브르 시멘트공장은 1980년대부터 40년간 폐기물을 원료로 쓰고 있고 독일의 한 시멘트공장은 최근 유연탄을 모두 폐기물로 대체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지 않는 공장이 한 곳도 없다.
때문에 유럽의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연료대체율은 46% 수준이다. 독일이 65%으로 가장 높고 유럽에서 하위권인 스페인도 34%에 이른다. 반면 국내 재활용률은 25%에 그친다. 아직도 유럽에 비하면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시멘트는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강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8월 미래환경정책포럼에서 "어떤 공해나 발암, 화학물질이라도 시멘트 제조 온도인 1450℃에서는 산소, 수소, 탄소 등 자연물질로 돌아간다"며 "1990년대 초 폐타이어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됐을 때 시멘트 보조연료로 사용하면서 해결됐듯 쓰레기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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