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트랜스젠더 군인이 와도, 변희수처럼 내쫓자 할 수 있나?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
4월 15일, 5월 13일, 7월 1일, 8월 19일. 4차례 서울에서 대전으로 버스가 향했습니다. 지난 3월 3일 세상을 떠난 故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위한 소송의 변론기일에 시민들이 참여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정된 방청석에 서울에서 내려온 시민 여럿이 앉지 못할 정도로 재판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저 또한 두 차례 재판을 방청하며 군사당국의 폭력과 야만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며 국제적 민주화 운동에 연대하는 단체 '세계시민선언'은 국방부의 변희수 하사 전역 처분을 국가폭력으로 보고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성별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치료적 목적의 수술을 진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방부는 변 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비롯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존권을 박탈했습니다.
변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또한 변 하사 개인 뿐만 아니라 오늘날 군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혹은 직업군인의 꿈을 가진 모든 성소수자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폭력입니다.
오는 10월 7일 전역처분 소송 1차 선고를 앞두고 재판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이 △故 변희수 하사를 추억하고 △재판이 어떻게 전개돼나갔으며 △1차 선고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연속 기고에 나섭니다. 편집자(이설아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2018년 4월 19일 목요일, 워싱턴 D.C. 미국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미 해군 리차드슨 제독은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여성을 잠수함 부대에 함께 복무시켰을 때의 교훈을 얻은 바 있다. 트랜스젠더 해군 장병들을 훈련하는 과정에서도 큰 차이가 없고, 그 훈련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는 성별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일 뿐이라는 답변이었다.
우리 사회가 20대 초반의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에게 내비쳤던 편견, 태어난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했던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이었는가. 변희수 하사의 소송과정에서 목격했던 것은, 소수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기반한 차별이었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06년 6월 22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트랜스젠더를 하나의 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인 요소 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으므로,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2004스42 전원합의체)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트랜스젠더도 우리 법이 정하는 '성별'의 하나로 해석한다고 전제하며 "호적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트랜스젠더 역시 헌법이 정하는 '보호되어야 하는 성'이므로 이를 이유로만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대법원 Bostock v. Clayton County 판결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노동·고용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출생시 남성의 정체성이 있었으나 현재는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를 고용주가 해고하는 상황도, 출생시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동료 근로자에게 허용되는 특성으로 출생시 남성의 정체성이 있었던 자를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해당된다."
근로자의 개인적 성별이 해고 결정에서 확실한 역할을 하였다면 이는 성별에 근거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자. 변희수 하사의 전역처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위 연방대법원과 같은 논리를 들어 국방부에 성차별행위를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다른 부사관들과 동일한 집단에 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성별정체성에 따른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다른 부사관과 달리 전역 처분 대상이 되었는 바, 이는 동일 집단 속에서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다르게 대우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자료를 살펴보면 국방부가 변희수 하사에 대해 전역처분을 결정할 때 전문적인 의무조사위원회의 판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오히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으로 현역복무 여부를 평가했다.
국방부가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전역심사위원회 심사표를 살펴보면 변희수 하사에 대한 심사는 복무적 심신장애 상태와 업무적합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었다.
국방부는 우선 ① 변희수 하사가 트랜스젠더 성확정수술 이후 정신과 약물복용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가상적으로 정신과 약을 먹으면 정상적 임무수행이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편견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당 평가는 정신과 전문의 판단도 아닌 운영부서의 가정적인 판단이었다.
또 ② 트랜스젠더의 치료 목적 성확정수술을 고의적인 심신장애로 평가하고 ③ 성확정수술 후 부대에 융합하기 어렵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유를 들었다. 이 역시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어 전역처분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한 점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본래 변희수 하사가 수행하던 직책은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변희수 하사의 본래적 성별이 남성이었고 이후 여성으로 성전환하였다는 이유로 강제전역 시켰다.
이는 미 연방대법원의 Bostock v. Clayton County 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출생시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동료 근로자에게 허용되는 특성으로 출생시 남성의 정체성이 있었던 자를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해당"하여 성별에 따른 차별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변희수 하사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부적합한지에 대한 의학적·과학적 평가는 전혀 이루어진 바 없었다. 유일하게 수행한 의무조사보고서에서는 현역으로 복무가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국방부는 과거 남성의 음경·고환 등이 손상된 케이스 11건 중 9건에 대하여 "계속 복무"를 의결해왔다.
뿐만 아니다. 국방부는 변희수 하사에게 '심신장애 3등급' 판단을 내리며 이를 근거로 전역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국방부가 최근 3년 간 심신장애 3급 이상 판단을 받은 대상자들들에 대한 전역 의결현황을 보면 국방부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한 강제로 전역시키지 않았다. 계속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거의 계속 복무가 가능했다. 그러나 변희수 하사에게만은 예외였다. 즉 계속 전역을 희망했던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극히 이례적인 처분이며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차별조치였다.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역과 관련된 심사표상, 육군 인사사령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전역처분심사과정이 근본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군복무를 계속하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언급하며 성차별적 판단을 드러냈다.
의학적 판단이 이루어진 의무조사위원회가 "곧 성확정수술로 인한 상처는 치유된다"고 평가했음에도, 이러한 평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변희수 하사에 대해서 이루어진 판단은 그저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뿐이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지난 1월25일, 트럼프 전 대통령 치하에서 고통받던 트랜스젠더 군인들에 대하여 "군복무에서 제외한다거나 제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즉각 ①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강제전역이나 계속 복무거부 등을 즉시 금지시키고 ② 이에 대한 확인 및 조사의 즉시 착수를 지시하였으며 ③ 60일 이내에 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최초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우리 인권위 역시 최근 진정결정에서 "우리나라 국가시스템이 성소수자 차별적이며 사회적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군 시스템 내 보호조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련 규정들의 개선을 권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국방부를 포함하여 문재인 정부는 인권위의 권고조차 무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무지와 차별의 짐을, 더 이상 개인이 혼자 짊어지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변희수 하사, 그녀의 부르짖음에 법원은 인권과 정의의 이름으로 답해야만 한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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