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여기서 하세요" 롯데하이마트, 돈 안 되는 중고장터 만든 이유

박지연 2021. 10.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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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매장 직원이 중고거래 물건을 보관하는 게 가욋일이겠지만 지금은 일단 손님이 와야 온라인과 가격비교라도 할 수 있죠.

하트마켓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최찬 신규플랫폼셀장(팀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전매장은 보통 혼수를 준비하면서 처음 찾게 되는데 이 경험을 앞당겨야겠다는 목표를 잡고 모든 연령이 활용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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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물품 보관 장소로 매장 제공
중고가전 설치·배송에 중고차·중고폰 검수 중개도
'가욋일' 같지만 신규 고객 유치 효과 기대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에서 모델이 '하트마켓'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제공
코로나19 사태 전이라면 매장 직원이 중고거래 물건을 보관하는 게 가욋일이겠지만 지금은 일단 손님이 와야 온라인과 가격비교라도 할 수 있죠. 고객에게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

롯데하이마트는 5일 개인 간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론칭하고 전국 430개 매장을 비대면 중고거래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4일 밝혔다.

하트마켓은 비대면 거래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매장에서 무료로 상품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중고 전자제품 거래 시 일정 비용을 내면 하이마트 설치기사의 배송·설치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고 차량과 휴대폰의 시세를 조회하고 상태를 진단하는 '중고차·중고폰 검수' 중개 서비스도 선보인다. 하이마트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하면 휴대폰 앱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안전거래를 원하는 사용자에 한해 전자결제(PG) 대행사 사용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배송·설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올 초부터 10개월간 플랫폼을 만드는 데 공들였지만 하이마트가 중고거래로 남기는 이익은 전혀 없다.

1세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번개장터에 이어 후발주자인 롯데하이마트가 '돈 안 되는' 일에 뛰어든 목적은 뚜렷하다. 바로 '신규 고객 모시기'다. 현장에서 만져보고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따졌던 전자제품조차 전자상거래(e커머스)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오프라인 집객'은 확연히 줄었다. 하이마트만 해도 가전제품 구입 고객 중 온라인몰 이용 비중이 20%까지 높아졌다.

게다가 하이마트는 고객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가전제품이 고가인 탓에 젊은 층이 방문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매장으로 인식됐다. 이에 하이마트는 자사 홈페이지와 매장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고객이 '자연스럽게 방문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3일 롯데하이마트 앱 우측 하단의 '하트마켓'을 누르면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별도의 화면으로 이동한다(왼쪽). 오른쪽은 앱에 올라온 공지사항. 롯데하이마트 앱 캡처

연초 '중고거래 플랫폼 진출'을 목표로 제시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줄곧 '어떻게'에 몰두해왔다. 이 고민을 구체화한 결과물이 하트마켓이다. 하트마켓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최찬 신규플랫폼셀장(팀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전매장은 보통 혼수를 준비하면서 처음 찾게 되는데 이 경험을 앞당겨야겠다는 목표를 잡고 모든 연령이 활용할 수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신사업 결과물을 빠르게 내놓은 비결은 올 초 셀(cell) 조직을 구성하면서 짧아진 보고체계다. 7년 차인 최 팀장도 황영근 대표이사에게 직접 하트마켓 관련 보고를 했다.

사진은 지난 8월 24일 황 대표가 화상으로 진행한 '상반기 신입사원 입사식'. 롯데하이마트 제공

당장은 온라인 중고장터와 매장의 보관 공간을 무상 제공하는 것이 손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 팀장은 온라인 회원 증가는 물론, 중고거래를 위해 인근 주민들이 매장을 찾고 위치를 기억해두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팀장은 "낯선 사람 만나는 걸 꺼려 중고거래를 기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하이마트 매장을 활용하면 비대면으로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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