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OO 없으면 죽을수도.." [더 머니이스트-조평규의 중국 본색]
중국에서 관시, 지금도 필요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중국에서는 관시(Guan xi)가 생사(生死)를 가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19가 대유행을 하던 때,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우한에는 적지 않은 병원이 있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이 와중에 병원 내에 의사나 간호사와의 관시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남았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병원 근처에도 못 가보고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중국의 관시는 동양의 유가(儒家) 인본주의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관시는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위험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부상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독특한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관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호의를 얻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시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중국의 독특한 문화 현상이며, 사회구조의 특이한 연결망입니다. 중국인의 가치관과 사고와 행동의 준칙이자 행위의 분석과 이해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처세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관시, 처세의 기본틀…뇌물이나 부패와는 달라
중국은 지리적으로 넓고 인구도 많아서, 법과 제도만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왕조시대에 황제에게 충성하는 신하의 관계도 관시의 일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봉건제와 군현제를 거치면서 자기에서 충성하는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분류하고 우대하는 전통이 생겨나면서, 관시의 역할과 중요성은 생존의 중요한 수단으로까지 여겨져 왔습니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의 성립 이후,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공산당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업무처리, 교육, 직장배치, 공무원 담임, 자원의 배분 등 모든 분야에서 관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요즘은 중국이 투명해져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에서 관시가 없으면 아주 사소한 일도 처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경영자들은 중국 특유 관시 사회라는 환경적 요인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외국기업은 중국의 관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방 기업의 경영자들은 관시를 이용하는 것은 '뇌물'이나 '부패'와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관시는 법과 제도 및 공식적인 통치와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기재로써 작동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광범위하게 사회적인 자원의 불균형을 보충하고 보완함과 동시에, 상호작용 기능을 수행하는 중국만의 특이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은 관시의 사회입니다. 중국에는 ‘먼저 친구가 되고, 나중에 비즈니스를 한다(先做朋友,後做生意)’는 속담이 있을 만큼 우정과 관계를 중시합니다. 사업의 인허가에서부터 제품의 판매와 유통 그리고 수금에 이르기까지 관시가 없으면 곤란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관시가 사회의 저변에 그물망처럼 깔려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에서 관시는 ‘사회적 권력’으로서 개인이나 조직이 사회적 자원을 얻기 위해서 사용되는 권력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관시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종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입니다. 사회자본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기회주의적 행동(opportunistic behavior)의 가능성이 큰 시장에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거래비용과 관시
중국은 서방 국가보다 시장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숫자도 많습니다. 따라서,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내부화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의 관시는 정책과 시장의 불확실성과 제한된 정보 그리고 법규의 작위적인 해석에 따르는 리스크를 상당히 줄여 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소통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관시는 기회주의 행위를 취할 경우, 금방 관계망(關係網) 내부의 통신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어 체면을 잃게 되고 추방됩니다. 관시를 통하면 거래 비용 절감을 위한 내부화를 하지 않고도 내부화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 중 관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경영실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관시를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중국 사회도 이전보다 많이 투명해져서, 관시로만 기업경영을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경쟁이 치열한 기업 환경하에서는 마지막 2%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족한 2%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관시입니다. 입찰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자격이나 능력의 차이가 없는 경우, 마지막 순간에 승리를 맛보는 사람이나 기업은 평소에 견고한 관시를 닦아놓은 측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혹은 경쟁이 치열할 때, 확고한 관시를 가진 사람은 바로 승자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서 진행되는 공개 입찰은 투명하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관시가 작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시가 없으면 좀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 순간에 실패하는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중국에서 관시만을 믿고 사업을 하는 것만큼이나, 관시를 무시하는 기업경영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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