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대박' 넷플릭스의 명과 암
인터넷망 무임승차, IP 독점 등 '종속화' 우려
넷플릭스 오리지날 '오징어게임'의 열기가 뜨겁다. 오징어게임은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넷플릭스 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K콘텐츠에 대한 자사의 공헌도가 높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K콘텐츠의 경제효과가 약 5조6000억원 수준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수준의 제작 투자금을 쏟았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넷플릭스의 명과 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넷플릭스 탓에 국내 인터넷·콘텐츠 생태계가 위협받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아닌 '상생·투자효과' 강조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놨다. 넷플릭스는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넷플릭스가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얼핏 보면 한국 콘텐츠의 파급력을 알리는 듯한 이 보고서는 사실 '넷플릭스의 나비효과'를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약 5년간 K콘텐츠는 약 5조6000억원 경제적 파급효과, 약 1만6000명 일자리를 창출했다. 여기에는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7700억원을 투자한 덕분이라는 논리가 깔려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콘텐츠 제작‧배급업 문야에서만 2조70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넷플릭스는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셀(특수분장), 덱스터스튜디오(색 보정), 라이브톤(음향), 웨스트월드(VFX), 아이유노SDI(더빙·자막) 등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제작 '드림팀'을 소개했다. 제작 협력사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물리적 지원 △체계적인 일정·예산 관리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을 제공한 점 등을 통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게임 등과 같이 우수한 콘텐츠의 탄생에는 넷플릭스의 기술적 지원이 있었다는 걸 이들의 입을 빌려 드러낸 셈이다. 콘텐츠 내용 측면에서도 넷플릭스의 '남다름'에 찬사를 보내는 제작진은 많다. 넷플릭스가 그간 지상파나 여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할 수 없던 수준 이상으로 크리에이터의 창의성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 시리즈의 김은희 작가는 "일반 방송이 꺼리는 좀비 소재,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넷플릭스를 만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황동혁 오징어게임 감독 "역시 넷플릭스가 형식·소재·수위·길이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10년간 묵힌 작품이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 신드롬 일 때 한편에서는…
K콘텐츠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넷플릭스 종속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만, 국내 인터넷 기간사업자들은 쉽게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계약 구조상 '하청 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 기업이 깔아놓은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P)는 인터넷 기간사업자(IPS)에게 트래픽 양에 상응하는 만큼의 초고속 인터넷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매년 망 사용료로 수백억원을 지불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이후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한 적이 없다. 넷플릭스에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불을 요구한 곳은 SK브로드밴드가 유일하다. 1심에서 우위를 점한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사용한 망 사용료를 총계하면 1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사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은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여타 인터넷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에 강경한 요구를 하는 건 꿈도 못 꾸고 있다. 국내 전체 트래픽의 두 자릿수 비율을 차지하는 기업을 적으로 돌리게 되면 송출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의 원성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조세회피 논란도 매년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코리아가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반면 납부하는 세금은 이에 못 미쳐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납부한 법인세는 21억8000만원이다. 비슷한 매출을 올리는 국내 IT기업이 납부한 법인세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넷플릭스와 제작사의 계약 관계도 논란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지상파나 IPTV 등과 달리 콘텐츠 제작사 제작비를 선지급하고 있다. 다만 판권과 지적재산권(IP), 해외유통권 등은 넷플릭스가 모두 차지한다. 따라서 오징어게임과 같은 글로벌 히트 콘텐츠가 탄생하더라도 제작사는 추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글로벌 OTT 의뢰로 콘텐츠를 제작하면 제작비를 110~120% 받는 반면 지적재산권(IP)을 OTT에 넘겨줘야 한다"라며 "#[CJ ENM] 같은 대형 콘텐츠 회사도 이들에게 하도급자에 불과한 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CJ ENM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다수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최대주주다.
최근 넷플릭스의 '상생 강조' 행보가 이달 있을 국정감사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매년 국회로부터 조세회피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이 증인으로 참석,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된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혜린 (hrg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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