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임신, 그 혼란의 시작..영화 '십개월의 미래'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예상치 못한 임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다. 이 혼란을 임신부의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 '십개월의 미래'는 어떠한 선택도 강요하지 않는다.

며칠째 속이 좋지 않은 스물아홉 살 미래(최성은 분)는 만성 숙취를 의심하지만, 곧 자신이 임신 10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한 미래는 낙태, 결혼, 출산 등 어느 선택도 쉽게 할 수가 없다.

영화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과 임신부가 마주하게 되는 삶의 변화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로 갈등을 끌고 가기보다는 미래의 내면에 오롯이 집중한다.

미래는 임신 진단을 내린 의사에게 단번에 "중절은 되죠?"라고 묻고, 불법이지만 여성의 선택권을 위해 시행해준다는 중절 시술 비용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진다. 그러면서도 처음 느낀 태동에 혹여나 아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병원을 찾는다.

임신이 미래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활부터 생계까지 다양하다. 만삭이 된 몸으로는 주차된 차들 사이로 들어가 차 문을 열기도 어렵고, 공들여온 프로젝트가 성공해 중국에 진출하게 된 회사에서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반지를 건넨 남자친구와의 결혼에도 확신이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런 인생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미래는 10개월을 보내게 된다. 애초에 낙천적인 성격으로 설정한 미래의 캐릭터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내 배 속에 있는 게 사람이 아니고 외계인이면 어떡하냐는 엉뚱한 매력이 주는 유쾌함부터 경제적 문제와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는 진중함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임신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십개월의 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임신부인 미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남자친구를 비롯한 가족, 친구와의 연대나 아이와의 유대감, 임신 외의 사건들이 가중하는 갈등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임신 초기 혼란을 뒤로 하고 출산이라는 희망찬 목표를 향해 내달리지도 않고, 중절 후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성장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당황스럽고 막막하고 두려운 혼란스러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물며 미래가 아이에게 지어준 태명조차 카오스다. 의사에게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묻지만, '정답'은 들을 수 없다.

남궁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는 이런 미래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두고 어떤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관객들이 함께 경험하게 한다. 10개월이란 시간의 흐름을 상영시간 96분에 압축해 늘어지지 않게 보여주는 방식도 영리하다. 미래를 연기한 최성은 배우의 연기는 극에 싱그러운 매력을 더한다.

오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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