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정치의 진수 보여주고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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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6일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사진)가 퇴임한다.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한 메르켈에 대해 세계는 박수를 쳤지만, 독일 여론은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의 결정은 '정치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왜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메르켈은 현실 정치 무대에서 내려오지만, 그의 이야기는 더 오랫동안 회자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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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6일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사진)가 퇴임한다. 2005년 임기를 시작한 그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독일 첫 여성 총리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다(서독에서 태어났지만 동독에서 자랐다). 쉰한 살에 독일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전후 최연소 총리이며, 의원내각제 독일에서 스스로 임기를 매조진 첫 총리이기도 하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22년), 헬무트 콜(16년)에 이어 독일의 세 번째 장수 총리다.
단순히 임기만 긴 게 아니다. 양과 질 모두 칭송받는다. 16년 임기 동안 개인 비리나 스캔들이 없었다. 퇴임까지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임기 동안 독일 경제는 더 탄탄해졌다. 독일은 명실상부 유럽연합(EU) 수장으로 올랐다. 그리스 경제위기, 시리아 난민 사태, 브렉시트와 같은 국면에서 중심을 다잡는 리더였다.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브스〉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는 임기 동안 메르켈을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메르켈은 현실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였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메르켈에게 ‘메르키아벨리(마키아벨리와 메르켈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한 면모는 다양한 연정으로 4연임을 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2005년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끌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중도 우파 성향)이 슈뢰더의 사회민주당(사민당·중도 좌파 성향)을 이겼지만, 메르켈은 사민당과 연정했다. 이러한 좌우연정은 2차 대전 후 독일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재와 타협이 정치의 진수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
위기도 있었다. 2015년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메르켈의 정책은 난관에 부딪혔다. 100만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한 메르켈에 대해 세계는 박수를 쳤지만, 독일 여론은 나빴다. 혐오를 부추기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메르켈은 난민에 대해 두려워하는 여론을 설득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라는 점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 결과, 2017년 총선에서 메르켈은 1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득표율이 떨어졌다. 만회하기 위해서 또다시 연정 협상을 벌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받아들인 메르켈의 결정은 ‘정치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왜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독한 현실과 때로는 맞서는 ‘현실주의자’ 메르켈이라는 정치인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019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메르켈이 했다는 말은 되새길 만하다. “총리로서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가능하기 때문에 하고 있는지를 종종 자문해야 한다.”
메르켈은 현실 정치 무대에서 내려오지만, 그의 이야기는 더 오랫동안 회자될 듯하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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