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공화국 희화화 모자라 거짓 해명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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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제5차 TV토론회에 나선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가운데 '왕'(王) 자가 적힌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무속인 개입설'이 제기되자 윤 전 총장 캠프는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신 할머니 열성 지지자분이 토론회에서 힘내라며 써 줬다고 한다"며 일회성 해프닝인 양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왕'자를 적어 넣은 확실한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몇몇 측근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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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 허탈하지만 말 바꾸기 더 문제
국민의힘 제5차 TV토론회에 나선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가운데 ‘왕’(王) 자가 적힌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무속인 개입설’이 제기되자 윤 전 총장 캠프는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신 할머니 열성 지지자분이 토론회에서 힘내라며 써 줬다고 한다”며 일회성 해프닝인 양 해명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캠프의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지난 제2차 TV토론회에서부터 윤 후보의 손바닥에 왕자가 적혀 있는 장면이 확인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다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하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 주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왕’자를 적어 넣은 확실한 이유는 자신을 포함한 몇몇 측근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 주민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조차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가 손바닥의 ‘왕’ 자를 일종의 축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난센스다. 왕이란 국가원수를 세습하는 군주국가의 최고통치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백성을 자신의 재산쯤으로 여긴다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모르지 않는다. ‘왕’의 권력을 가진 통치자를 그리며 대통령 선거에 나선 것인지 윤 전 총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다르지 않은 비판이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 상대인 홍준표 의원은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자조하고 있지 않나. 무속이든, 부적이든 그것이 개인적 종교 생활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최소한의 존중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역시 같은 당 경선 상대인 유승민 전 의원 캠프 대변인의 지적처럼 해명 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꾸며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은 용서받기 어렵다고 본다.
대선 경선 후보 손바닥의 ‘왕’ 자는 전통 종교인 무속을 거론하기도 어려운 치기(稚氣)다. 그럼에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유아적 행동에 의존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면 기가 막힌 일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나선 후보도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면 지지를 받기 어려운 시대다. 무엇보다 거짓 해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여야의 예비 후보 및 캠프 종사자들도 내년 3월 선거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사실을 새삼 각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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