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의 언파만파] 등극과 옹립/어문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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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고지도자는 '임금'이었다.
즉위와 등극은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가리키는 말로만 쓰였다.
즉위는 역사 속 문제들을 말할 때만 꺼내는 말이 됐지만, '등극'은 의미가 넓어져 일상에서도 자주 보인다.
민주주의와 등극 또는 옹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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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고지도자는 ‘임금’이었다. 임금은 지도자라기보다는 통치자였고 절대자이기도 했다. 누군가 절대자의 자리에 가는 과정과 절차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이 과정을 알리는 말은 높고 엄숙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즉위’(卽位)라고 했다. 비슷한 말로 ‘등극’(登極)이라고도 했다. 즉위와 등극은 ‘임금의 자리에 오름’을 가리키는 말로만 쓰였다. 이제 즉위하는 일은 사라진 시대. 즉위는 역사 속 문제들을 말할 때만 꺼내는 말이 됐지만, ‘등극’은 의미가 넓어져 일상에서도 자주 보인다.
등극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말로 흔하게 쓰인다. “홈런왕에 등극”, “챔피언 등극”, “1위에 등극”처럼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더 나아가 최고는 아니지만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특별한 무엇이 되는 것을 뜻할 때도 ‘등극’을 불러낸다. “비운의 사나이 등극”, “꽃미남 등극”, “고음 종결자 등극” 같은 식이다. 이럴 땐 한쪽에서 본래의 뜻에서 벗어났다고 지적을 하기도 한다.
정리하면 ‘등극’의 의미는 세 가지 정도다. ①임금의 자리에 오름. ②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름. ③특별한 자리를 차지함. 그렇더라도 “대통령 등극”이라는 표현은 꺼내지 않는다. 어디선가 이렇게 표현하면 여기저기서 강한 눈총과 비판을 받을 게 분명하다. 당연하게도 대통령은 ‘취임’하는 것으로 여긴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한 귀퉁이에선 “대통령 후보 등극”이라는 표현을 가져다 쓴다. 무심결에 ‘대통령은 왕’이라는 자기의 인식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의 계절에 또 한쪽에선 지난 시절의 ‘옹립’(擁立)이란 말도 사용한다. 등극처럼 의미가 넓어졌다고 보기 힘들어도 끄집어낸다. 대선 경선 무대에서 “새 후보 옹립”, “특정 후보 옹립” 같은 말이 오간다. 일부 언론매체에선 인용이 아니어도 똑같이 사용한다. 지난주 있었던 일본 총리 선거에서도 “일본 차기 총리로 옹립” 같은 표현을 썼다.
옹립은 ‘임금으로 받들어 모심’이란 말이다. 대상이 후보가 됐든 총리가 됐든 일부 세력이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을 세운다는 것이다. 옹립이 아니라 선출하는 시대다. 몇몇이 받들어 모신다는 건 함께하지 않고 이익이 있다면 자기들끼리 나누겠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통치자, 절대자가 아니라 대표가 필요한 시대에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무의식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대통령은 일부가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이 선출한다. 민주주의와 등극 또는 옹립. 연결되지 않는다.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w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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