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일상 무시하는 방역 편의주의 한계에 이르렀다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4일부터 17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결혼식·돌잔치 등의 인원 제한을 접종 완료자 중심으로 일부 완화한 것 외에는 종전과 똑같은 방역 지침을 적용받는다.
3일 0시 기준 국내 1차 접종자는 397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7.3%이고 접종 완료자도 2698만명으로 52.5% 수준이다. 그 덕분에 방역 당국 자료를 보더라도 접종 완료자의 중증화율은 0.6%, 치명률은 0.1%로 떨어졌다. 5~8월 자료이니 지금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접종 완료자 사이에서는 코로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거리 두기 단계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물론 그동안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여러 방역 지침을 전혀 손대지 않은 것은 방역 편의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수도권 등에서 오후 10시인 식당·카페의 영업 시간 제한, 6명으로 묶어둔 사적 모임 인원 규모는 완화할 여지가 없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실외 마스크는 전문가 대부분이 접종 완료자는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실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하고 있다. 실내·외 체육 시설에서 샤워실 운영을 금지하는 것도 과학적 근거를 알 수 없는데 이번에도 고치지 않았다. 정부는 “2주 후에는 단계적으로 거리 두기를 조정하고 11월 초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고민은 읽기 어렵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일 “백신 접종 완료자가 50%를 넘어섰고 1차 접종자도 76%를 넘어선 상황에서 실외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을 받아보면 이와 비슷한 판결이 나올 방역 지침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우리와 접종률이 엇비슷한 일본도 지난 1일부터 도쿄도 등 전국 19지역에 발효 중인 코로나 긴급 사태를 완전히 해제해 ‘위드(with)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다. 우리 당국은 오로지 대선 일정에 맞춰 방역 고삐를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의구심이 점점 고조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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