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에 정상회담 구걸하려 '눈속임' 관광 사업까지 꾸몄다니

조선일보 2021. 10. 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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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시내에 있는 주체사상탑과 고층 건물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핵 보유로 인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해 북한 관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고 한다. 관광공사가 한국관광개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에 3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 사회의 눈을 피해 ‘꼼수’ 대북 관광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용역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자본으로 북한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하고 페이퍼 컴퍼니도 함께 세워 북한 측과 거래하면서 미주 노선이 없는 이스타항공을 대북 관광에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 몰래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관광 수익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국제 사회 눈을 피해 이런 사업을 벌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고 위험하다. 더구나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직 의원이 창업주·대주주인 이스타항공을 동원하려고 했다니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이런 비현실적인 대북 사업까지 검토하는 것은 내년 대선 득표용 남북 이벤트에 몸이 달아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한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대가를 지급하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유엔에서 “북한 핵 개발 계획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뒤를 이어 정의용 외교장관은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의 책임을 북한 대신 미국에 물은 것이다. 대통령과 외교장관이 북한 최고 지도자를 향해 “우리가 이렇게까지 당신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애걸하는 모습이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실질적인 임기가 반년도 안 남은 정권이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유권자 눈을 또 한 번 현혹시킬 평화 쇼 한 편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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