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동생은 방위상 유임, 아소 처남은 재무상에 기용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0.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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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내각 오늘 출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4일 출범한다. 자민당 새 총재로 선출된 기시다는 이날 오후 양원(兩院) 총리 지명 투표를 통해 제100대 총리로 공식 선출된다. 내각 출범 하루를 앞두고 기시다 내각의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기시다는 당선 직후 “다시 태어난 자민당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된 자민당 간부 인사와 이번 내각 인사는 기시다의 색깔 대신 ‘자민당 3A’의 궤적이 선명하단 평가가 나온다. 3A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지난 1일 자민당 부총재와 간사장에 오른 아소 다로(麻生太郎),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세 사람을 가리킨다. 아베 전 총리 시절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한 실권자들이다. 이들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의 당선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기시다 새 내각 주요 후보자

한국과 관계가 깊은 방위상과 외무상은 유임될 전망이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는 현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을 유임하기로 했다. 기시는 어렸을 때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성(姓)을 바꾼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이어서, 아베에 대한 보은 인사로 풀이된다. 모테기 역시 자민당 다케시타파 회장 대행으로, 총재 선거 직전 ‘결선 투표 시 기시다 후보 지지’라는 파벌 입장을 이끌어낸 공로가 크다. 정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람의 유임으로 새 내각의 안보·외교 정책에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자민당 부총재에 오른 아소 다로 재무상의 후임으로는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가 거론된다. 중의원 9선으로 자민당 총무회장, 도쿄올림픽 담당상을 지냈다. ‘아소의 처남’이라는 개인적 인연도 두드러진다.

눈에 띄는 내각 변화는 경제안보담당상 신설이다. 아마리 간사장은 이날 후지TV에 출연해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특명 담당 대신(특임장관)’이 신설될 것”이라며 “경제안보담당상은 전 부처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역시 총재 선거 기간 미·중 양국의 기술 갈등이 고조되는 환경에선 경제 안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수차례 드러내며 기술 유출 방지 대책 등을 강조했다. 경제안보담당상에는 자민당 내 3선 의원인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방위정무관이 내정됐다. 그는 아마리가 주도하는 ‘국제질서창출전략본부’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경제안전보장정책 강화 대책 수립 등을 도왔다. 기시다와는 도쿄의 명문 고교 가이세이(開成) 동문이다.

아베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현 문부과학상은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긴다. 내각의 얼굴 역할을 하는 대변인 관방장관에는 아베와 같은 파벌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이 내정됐다. 아베는 하기우다의 관방장관 임명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기시다가 ‘아베 색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지통신 등은 “아베가 아마리·아소에 비해 자신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은 저출산·지방창생 담당을 맡긴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의 당직자 및 주요 각료 인사에 대해 “’기시다의 독자적인 색깔 내기’와 ‘아베 및 주류 파벌 배려’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했다. 기시다는 지난 1일 자민당 주요 간부직에 자신을 지지한 아소, 아마리와 아베가 밀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등을 임명해 ‘기시다 색채가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기시다는 새 내각을 출범시킨 뒤 곧바로 총선거 모드에 돌입할 예정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중의원을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달 14일 해산하고, 26일 선거를 공시해 다음 달 7일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시와 투·개표만 11월 2일과 14일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의원 선거 공시 이후 총리가 해외 출장을 간 전례가 별로 없어서다.

지난 8월 ‘자민당이 중의원 총선거에서 70석 가까이 잃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술렁였던 여론은 다시 자민당으로 기울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8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전국 유권자 2140명을 상대로 우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4%가 자민당이 야당 의석을 대폭 혹은 다소 웃도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답했다. 야당에 대한 거부감에 더해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돼 1일 긴급사태가 전국에서 해제됐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 역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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