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아웃룩] 위기에 '내성' 쌓인 세계증시.. 외부 변수 맞서는 '복원력' 더 강해졌다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21. 10.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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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빌딩.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헝다 그룹 사태는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닮아 있다. 즉 해법이 이미 나와 있다는 의미다. 민간 부실을 공공 부채로 바꾸는 것이다. 공공의 빚은 후손들이 세금을 내며 갚을 것이므로 시간을 벌 수 있다.

부실기업을 당장 정리할 수 없는 이유는 그곳에 달린 일자리 때문이다. 또 부실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 여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 부실기업의 생존을 돕기 위해, 그리고 금융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시중 금리를 내리며 가격 거품을 계속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시, 다양한 변동성 요인 상존

미국도 국가 부채가 한도인 28조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 한도는 다시 상향 조정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러다간 세계경제가 쌓인 빚 갚느라 영원히 저성장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첫째 수단은 부자세 징수다. 미국 중앙은행은 2016년 기준 미국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38.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포브스도 상위 1%가 하위 50%의 15배 재산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부자세가 증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부자들의 지나친 저축과 이로 인한 주식 매수세였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소득이 많지만, 그 가운데 소비할 수 있는 부분이 작다. 그만큼 저축 성향이 높다. 그 저축이 세금으로 환수되면 어떻게 될까?

부자들 이외에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과세 대상은 기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법인세율을 현재 21%에서 28%까지 점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이 경우 미국 S&P500 기업들의 이익은 10.6%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더 중요한 것은 증시를 상승시키는 원동력의 또 다른 축이었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시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인세율이 높아지는 만큼 자사주를 살 수 있는 잉여 현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증시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먼저 중국이 흔들린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제조업에서 알리바바, 텐센트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로 조금씩 이동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신흥 거대 기업들이 사회주의 체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당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에 3분의 1을 기여하고 있는 중국이 갈 길을 잃은 상태다.

돌발적인 원자재발 인플레도 걱정된다. 저성장 속에 국가 간 갈등이 심해지며 소재 및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구리의 경우 칠레 및 페루가 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알루미늄도 세계 생산량의 60%가 제련 시설이 있는 중국을 거치게 되어 있다. 두 금속 모두 신재생 발전에 있어 중요한데 생산국들의 정세가 불안하다. 최근 철강의 주요 소재인 석탄과 철광석 가격이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철강 수요보다 공급망 불안에 더 큰 원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라”

그러나 증시가 흔들렸을 때 복원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주가가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4년이 걸렸다. 그러나 그 이후 쇼크가 나타났을 때 회복 기간은 점점 더 단축되며 ‘주가 하락 시 매수(Buy The Dip)’의 학습이 강화됐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가격 거품이 생긴 주식을 판 후 옮겨갈 수 있는 다른 자산을 찾았지만 실패했고, 결국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자산들에도 모두 거품이 생겨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것은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특히 각국 정부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자가 빚진 자의 채무를 일부 갚아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종의 부자세로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임을 밝혔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일 것이다. 돈을 풀기는 쉬워도 거둬들이기는 어렵다. 경제가 이미 저금리에 적응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부실기업들이 왜소해져 그들이 도산해도 사회에 별 충격을 주지 않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증시가 출렁거리면 매매 차익을 얻을 기회도 많아진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가 급락 시 매수 요령이다. 쇼크 발생 시 주가의 바닥을 아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심리적 공포가 동반되고, 그것은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닥 근방에서는 거래도 드물다. 이는 저점에서 산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며,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은 투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매가 일단락된 후 주가가 하락할수록 조금씩 나누어 꾸준히 사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게 매수 단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만일 하락 초기에 너무 많이 사면 끝까지 따라가며 저점 매집하기 어렵다.

인건비 부담에 ‘로보틱스’ 관심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정부가 금리를 내리며 시중에 돈을 풀수록 인플레 압력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원자재 가격은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인플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보틱스가 예상 외로 빠르게 보급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의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로보틱스는 시급해졌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자동차가 아닌 로보틱스 기업”이라고 밝혔다. 영리한 그가 이런 추세를 읽은 것이다. 아크(Ark)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로보틱스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여 일본의 고마쓰를 대거 사들였다고 공개했다. 세계 10대 로보틱스 하드웨어 기업 가운데 5개가 일본 업체인데 야스카와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산업 자동화 업체로 분류되어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틱스 기술력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관심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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