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81]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30년이 가깝도록 친분을 유지했던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사람이 코로나 백신 후유증으로 느닷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받았다. 기사로만 접해 오던 추상적 비극이 성큼 내 삶의 반경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으면 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펼쳐지고 있는 바로 이때, 나는 내 삶에서 소중했던 한 사람과 이별하여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 허스키한 목소리로 7080 세대의 심금을 울렸던 멜라니 사프카의 귀에 익은 선율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바로 그런 슬픔의 대상이 백신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 70만을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플로리다나 아칸소 같은 남부 지방에서 사망자가 급증한 탓이다.
5000만명에 가까운 지구촌 전체 사망자를 낸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때 미국의 사망자는 50만명 정도였다.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도 14만명 정도가 단 1년 만에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의료 분야의 비약적 진전에도 코로나19의 희생자가 1년 반도 안 된 상황에서 스페인 독감을 훌쩍 넘어섰다는 것은, 인간의 문명이 이루어낸 그 찬란한 성과가 팬데믹이라는 통곡의 벽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준다.
스페인 독감 유행 때 샌프란시스코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긴급 통과시켜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적은 희생자를 기록했다. ‘위드 코로나’ 국면이 되어도 우리는 ‘위드 마스크 코로나’ 수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슬픔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녕이란 말은 나를 울게 하지만 나는 울지 않겠어요/ 연극 속에서처럼 꾸미지도 않겠어요/ ‘그동안 고마웠어요’라고 말하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울음소리는 조용히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잘 가라 벗이여. 네가 못다 이룬 꿈은 내 가슴에 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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