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교정시설 성소수자, 왜 분리하나요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2021. 10.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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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찾는 상담 요청 중에는 간혹 손편지를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이들은 대개 교정시설에 수감된 성소수자다. 내부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은 당사자 제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편지들은 성소수자와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시설에서 어떤 처우를 받고 일상을 제한받는지 전한다. 이들은 독방에 강제 배치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활동 전반에 분리가 가해지는데, 이는 당신이 성소수자이며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노출한다. 낮은 인권감수성은 건강을 위협한다. 우리는 수감되는 동안 필요한 진료와 의약품을 제공받지 못하는 HIV 감염인, 호르몬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심각성을 체감한다.

사회의 차별지수가 높을수록 교정시설과 같은 폐쇄적인 공간의 위계와 불평등은 강하게 작동한다. 성별 이분법적이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공간과 제도가 구획된 한국 사회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 군인의 존재와 더불어 HIV 감염인의 성관계는 범죄 대상으로 언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정시설에 수감된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적인 통제는 어색할 것이 없어 보인다.

법무부는 2019년 작성한 ‘성소수자 수용처우 및 관리방안’을 한 차례 수정했지만 정보공개를 거부해오다 지난 8월에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인용으로 수정지침을 공개했다. 시종일관 공개를 거부해온 태도는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교정행정의 단면이다.

다행인 것은 수정한 방안이 과거 차별적이고 부적절한 개념과 기준을 인권 관점의 설명과 처우의 방향으로 고쳤다는 점이다. 자비 부담의 호르몬 투여와 더불어 의무관 진료와 상담을 통해 외부 의료시설 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도 언급할 만하다. 이러한 변화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시민사회단체가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왔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소수자 분리를 원칙으로 삼는 지침은 문제로 남는다.

수감된 성소수자 중 누군가는 독거수용을 요구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함께 지내길 원한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에 요구가 동일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물론 상이한 요구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적이고 부당한 처우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많은 이견과 논쟁이 따르지만, 인권운동은 활동과 운신에 제약이 심한 여건이어도 수감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수감자의 인권을 말하기 어려운 가운데, 성소수자 수감자의 현실은 논의부터 어렵다. 하지만 교정시설에서 가하는 차별은 당신이 성소수자이고 HIV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징벌을 더하는 것과 다름없다. 교정시설의 소수자 문제는 이미 차별적으로 설계되고 구획된 사회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사회 성원의 일상과 분리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디서든 차별을 문제 삼고 개선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이 아닐까.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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