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운 받으라며 지지자가 3차례 써줬다? 윤석열 '王'자 논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3차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 때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혹시 대선과 관련된 역술이나 주술적 의미를 담은 부적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이웃 어르신들이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써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TV 토론 자리에 반복적으로 ‘왕’ 자를 적고 나온 것에 대한 해명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손바닥 왕 자가 알려진 건 지난 1일 5차 TV 토론 때다.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일 때 윤 전 총장 손바닥이 화면에 잡혔다. 유력 대선 주자가 TV로 생중계되는 토론회에 나오면서 손바닥에 왕 자를 적어 나온 것은 비상식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총장 손바닥 왕 자 글씨가 선거와 관련된 역술 또는 주술적 의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누가 윤 전 총장 손바닥에 글씨를 썼는지, 지금까지 알려진 것 말고도 다른 자리에서 왕 자를 쓴 적이 있는지 등을 두고도 궁금증이 일었다.
윤 전 총장은 통화에서 “3차 토론회부터 외출 때마다 열성 지지자 할머니들이 아파트 1층에 주차된 차 옆에 오셔서 꼭 정권 교체해야 한다며 손바닥에 선을 쭉쭉 그어 주셨다”고 했다. 실제로 1차 컷오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 치러진 국민의힘 방송 토론 가운데 윤 전 총장 손바닥에서 왕 자가 목격된 것은 3차(9월 26일), 4차(9월 28일), 5차(10월 1일) 토론 등 총 세 차례였다. 세 번 모두 사람이 검은색 매직펜으로 쓴 글씨였고, 3·4차 때보다 5차 토론회 때 글씨가 진하고 굵었다. 매번 새로 쓴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손바닥에 왕 자를 써준 사람은 할머니 지지자들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지지자로 추정할 뿐 구체적인 신원은 모른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3·4차 때까지는 이들이 손바닥에 왕 자를 썼는지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왕’ 자인지 구슬 ‘옥’(玉) 자인지도 몰라서 할머니들에게 여쭤봤다”며 “할머니들이 임금 왕 자라고 하셨고 ‘좋은 기운 받으라’며 격려해 주셨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3차례 모두 동일 인물이 써준 것인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제3의 인물이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무속의 주술적 의미를 담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는 “요즘 세상에 왕이 어디 있으며, 다 보이는 손바닥에 주술을 적어 놓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왕 자 글씨를 지우지 않은 채 방송 토론회에 여러 번 출연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어르신들 마음을 생각해 빡빡 문질러 지우지는 않았는데 오해 살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5차 토론회 땐 글씨가 너무 크고 진해서 지워보려고 세정제와 티슈로 한두 번 문질렀다가 안 되기에 그냥 말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이전부터 모 역술인과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다시 회자됐다. 지난 8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주선한 윤 전 총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찬 자리에도 한 역술인이 동석해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역술인이 동석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후보가 역술인과 연락하고 지낸다거나 가깝다는 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유력 대선 주자가 손바닥에 왕 자를 그려 나온 장면이 TV를 통해 공개된 터라 윤 전 총장 캠프가 후보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손바닥 글씨를 제대로 지우지 않은 것은 제 불찰”이라면서도 “주술·샤머니즘 운운은 턱도 없는 얘기고 정권 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을 왕처럼 모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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