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의 '인질 외교'
'간첩 협의' 加 사업인 맞교환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침해 공공연
뻔뻔한 외교술에 반중감정 불러
“멍 여사가 소위 ‘사기’ 혐의를 받은 것은 완전히 날조에 속한다. 미국과 캐나다가 한 일은 전형적인 임의 구류다.”
이들의 법원 심문 과정은 모두 비공개였다. 9㎡ 넓이 감방에서 팔굽혀펴기와 하루 7000보 걷기 등을 하며 지냈다. 변호사 접견은 무려 8시간 동안의 심문 후에야 가능했다.
멍 부회장이 체포되자 바로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붙잡혀 혹독한 생활을 하던 이들이 멍 부회장이 풀려나자 즉각 석방됐다. 전후 과정을 보면 중국이 멍 부회장 체포에 대응해 ‘인질외교’를 펼쳤음을 자인한 셈이다. 중국은 이들의 체포에 대해 멍 부회장과 무관한 단순한 법집행일 뿐이라고 했다. 석방 땐 병보석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중국중앙(CC)TV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중국계 호주인 앵커 청레이는 지난해 8월 국가기밀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체포돼 아직 구금돼 있다. 청레이의 구체적 범죄 사실이 알려진 것은 없다. 중국에서 태어난 청레이는 호주에서 일을 하다 2003년부터 베이징에서 CCTV 기자로 활동해 온 호주 시민권자다.
호주와 중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중국이 석탄, 와인 등 호주 물품 수입을 제한하며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다. 인지도가 있는 호주 시민권자를 붙잡아 호주를 압박하려는 중국의 정치적 술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지명수배 중인 남성을 붙잡겠다고 외국 국적 자녀의 출국을 막은 일도 있다. 2018년 중반 병든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중국을 찾은 미국 국적의 신시아 류, 빅터 류 남매는 출국이 금지됐다가 3년 만인 지난달 말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공교롭게 멍 부회장이 풀려난 직후다.
돈세탁 혐의로 중국에서 지명수배 중인 남매의 아버지가 중국으로 돌아오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직접 관련조차 없는 개인의 신체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출국금지는 합법적이었고 남매 부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어쩌다 한 번 하는 행위가 아니다. 중국에게 인질외교는 다반사이고, 과거부터 반복돼왔다. 더욱이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 같은 인질외교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 저지른다. 우리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후 ‘한한령(한류 금지령)’이란 보복 조치를 당하고 있다.
법적으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마찰과 갈등을 상대국의 개인 인신을 구속하거나, 무역보복 등 조치로 해결하려 한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셈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다른 나라 국민을 임의로 구금하는 것은 협박이고, 국제 규칙과 인류 양심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으로 21세기에 그러한 협박이 횡행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서방에서 한 말이 아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 말이다.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배포’라기보다 ‘뻔뻔함’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 같다.
국가마다 정치 체제가 있고, 특성이 다르기에 존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체제 강화를 위해 명백한 이유 없이 개인에 해를 가한다면 그 체제를 누가 존중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한 중국 관료가 ‘한국 등 세계에서 왜 반중감정이 심할까’라고 물었다. ‘본인들만의 합리화’를 통해 지금의 이 같은 행위를 행하는 것 역시 여러 이유 중 하나에 해당할 듯싶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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