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다 뜨겁다.. 두 노장의 연기열정
'리어왕' 이순재
절대 권력자에서 미치광이가 되는 노인
"필생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역할 몰입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정동환
장장 6시간 공연동안 1인 5역 소화 예정
"인간에 대한 성찰과 신념 증명해 보일 것"
◆이순재의 연극 ‘리어왕: KING LEAR’
“제 입장에서는 필생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60년 넘게 연기를 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못 해 봤어요. 과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했지만, 시늉만 내고 말았죠. 이번엔 이 나이쯤 됐으니 이 역할도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연령적 조건도 맞고 하니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1956년 서울대 연극 동호회에서 ‘지평선 너머’에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한 이순재. 우리나라 TV드라마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드라마 ‘동의보감’의 유의태,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빠, 그리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까지 숱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가 이번엔 자식에게 배신당하며 절대권력자에서 미치광이 노인으로 전락하는 늙은 왕으로 관객 앞에 선다. 서울대 극예술동문 중심으로 창단된 극단 관악극회에서 대배우를 기리기 위해 만든 무대다.
리어왕의 불행은 그의 오만함이 자초한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오만에서 생겨난다. 이번 공연은 특히 원전에 충실한 무대가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번역, 연출, 드라마트루그로 활약해온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이번 공연의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산문과 운문의 구분 등 셰익스피어 언어의 특성을 꼼꼼히 반영한 새로운 번역을 선보이며, 기존 공연에서 간과되어온 원작의 여러 행간의 의미를 면밀히 분석해낼 예정이다.
개막 박두인 극단 피악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공연 시간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1부 180분, 2부 160분, 총 340분으로 여섯 시간에 가깝다. 이미 2017년에도 같은 무대에 섰었던 정동환은 이번에도 여섯 시간 동안 1인5역을 맡는 대여정에 도전한다. 젊은 시절 일본과 미국에서 연극을 배우며 생활고를 버티기 위해 사탕수수 농장, 빌딩 청소용역 등에서도 일했다는 정동환은 요즘 연극 무대에서 나이를 잊은 듯 맹활약 중이다. ‘레이디 맥베스’ ‘고곤의 선물’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단테 신곡-지옥편’ 등 깊이 있는 작품에서 꾸준히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공연은 ‘고전의 무대화에 이상적인 표본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초연 무대에 깊이를 더했다. 나진환 연출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극단 피악이 레퍼토리 극단으로 거듭나서 자생력을 키워가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라며 “20년 동안 계속 지켜온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질문이 우리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신념을 무대에서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원작은 니콜라이 1세 반란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고 있던 젊은 시절 도스토옙스키가 감옥에서 만난 한 청년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무대에선 육십 나이에 이른 도스토옙스키가 마침내 탈고한 소설로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관객에게 처음으로 들려주며 시작한다. 정동환이 연기할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로 참여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설명하는 작품 해설자 역할도 담당한다.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1막 마지막. 초연 당시 정동환이 보여준 대심문관의 20분 독백 장면은 지금도 연극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서울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10월12일부터 31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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