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전투와 캐나다 참전용사 그리고 소년소녀

강근주 2021. 10. 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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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90살에 최근 건강생활을 위해 우리에 갇혀 살게 됐다. 오직 보행기만이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강력한 기계 종마다. 네 개 바퀴에 파란 철골과 부드러운 좌석의 보행기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따라다니며, 내 허리 둘레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꾸짖는다(후략)".

6.25전쟁 가평전투에 참전한 캐나다군 출신 마이클 추보카옹(90세)이 요양생활을 하는 현재 심경과 처지를 묘사한 시 '보행기'를 가평북중학교에 9월29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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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추보카 캐나다군 가평전투 참전용사. 사진제공=가평군

【파이낸셜뉴스 가평=강근주 기자】 “내 나이 90살에 최근 건강생활을 위해 우리에 갇혀 살게 됐다. 오직 보행기만이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강력한 기계 종마다. 네 개 바퀴에 파란 철골과 부드러운 좌석의 보행기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따라다니며, 내 허리 둘레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꾸짖는다(후략)”.

6.25전쟁 가평전투에 참전한 캐나다군 출신 마이클 추보카옹(90세)이 요양생활을 하는 현재 심경과 처지를 묘사한 시 ‘보행기’를 가평북중학교에 9월29일 보내왔다. 추보카옹은 매년 캐나다군 참전용사 장학금으로 225만원을 가평북중학교에 건네며 70년 전 가평전투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캐나다 이민자 아들로 1931년 태어나 18세 때 6.25전쟁이 터지자 입대 원서를 냈다. 그러나 나이가 어려 입대가 거부되자 나이를 한 살 올려 기어이 군대에 들어갔다. 그는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여단 2대대에 배치돼 6.25전쟁에 참전했다.

1951년 4월24일 추보카옹은 운명의 가평전투를 맞이했다. 마장초등학교 뒷산 677고지 캐나다군 500명 대 중공군 5000명. 밤 10시부터 6시간 이상 불꽃 튀는 총격전이 계속되고 중공군은 수도 서울로 진격하려고 인해전술로 밀어붙였다.

그는 계속 방아쇠를 당겼다. 달리 할 게 없었다. 같은 참호 속 전우가 이마에 총탄을 맞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죽어가지만 돌볼 겨를이 없었다. 중공군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살아남기 위해 총을 쏘고 또 쏘아야만 했다.

여명과 함께 총성이 멈췄다. 능선에는 시신이 즐비했다. 캐나다군은 전사 10명, 중상 23명을 기록했다. 반면 중공군은 전사자 1000명을 내고 북으로 퇴각했다. 캐나다 귀국 이후 추보카는 ROTC 장교, 교사, 교장, 교육장, 교수 등 교육계에 몸담으며 저서 5권을 펴내며 90세가 될 때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한국전참전용사회 가평북중학교 장학금 전달. 사진제공=가평군
캐나다 매니토바주 한국전참전용사회 가평북중학교 장학금 전달. 사진제공=가평군

특히 매니토바주 한국전참전용사회를 조직하고 가평전투지역 근처에 있는 가평북중학교 학생을 위해 매년 225만원 상당의 캐나다군 참전용사 장학금을 보내왔다. 이 장학금은 가평북중학교 9명의 학생에게 25만원씩 전달돼 향학열을 북돋아주고 있다.

추보카옹은 관절염 통증으로 2년 전부터 캐나다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보행기에 의지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가평전투를 회상하며 시 ‘보행기’를 창작해 가평북중학교에 보내왔다.

가평북중학교 학생들은 시를 접한 뒤 추보카옹에게 위문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평군은 위문편지를 모아 오는 10월12일 캐나다로 보낼 계획이다. 70년 전 가평에서 혈맹으로 맺은 인연이 세대를 초월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살이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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