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클레스의 칼

한겨레 2021. 10. 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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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의 25번째 영화가 개봉을 했다.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그보다 몇 년 앞서 1968년 공개된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 기기인 "다모클레스의 칼"이다.

과학자 이반 서더랜드가 개발한 이 장치는 거대한 크기와 육중한 무게 때문에 천장의 거치대에 매달아 사용해야 했고, 혹시라도 추락하게 되면 아래에 앉아 있는 실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모클레스의 칼'로 불렸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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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술, 익숙한 일상]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최윤아ㅣ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007 시리즈의 25번째 영화가 개봉을 했다. 6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 시리즈에는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 이외에도 매번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배역들이 있다. 그 중 코드명 ‘큐(Q)’는 일상용품으로 위장한 최첨단 장비들을 제공하여 주인공의 능력을 한껏 돋보이게 해주는 조력자다. 알람을 맞추면 시한폭탄이 되는 시계, 특수 음파를 내보내는 반지, 투시가 가능한 선글라스 등 큐가 개발한 장비들은 대부분 직접 몸에 착용하여 신체 한계를 극복하거나 능력을 확장해주는 장치들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분명히 현재인데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웨어러블 컴퓨터들이 등장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Pulsar P2의 다음 모델인 Pulsar P3. 넥슨컴퓨터박물관 제공.

1973년 개봉한 <죽느냐 사느냐>에서 제임스 본드는 “펄사 피2(Pulsar P2)”라는 손목시계를 차고 등장한다. 이 시계는 엘이디(LED) 스크린을 도입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손목시계이다. 시계바늘이 디지털 숫자로 대체돼 시침과 분침이 없고, 내부에도 톱니바퀴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장착돼 움직이는 부속품이 없다. 가장 정확한 움직임으로 상징되는 시계의 전통적인 메커니즘을 기술적 상상력으로 뛰어넘어 웨어러블 컴퓨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그보다 몇 년 앞서 1968년 공개된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 기기인 “다모클레스의 칼”이다. 과학자 이반 서더랜드가 개발한 이 장치는 거대한 크기와 육중한 무게 때문에 천장의 거치대에 매달아 사용해야 했고, 혹시라도 추락하게 되면 아래에 앉아 있는 실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모클레스의 칼’로 불렸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신하인 다모클레스가 왕좌를 부러워하자 디오니소스 왕이 한 올의 말총에 칼을 매달고 그 아래 다모클레스를 앉힌다. 권력자의 자리는 늘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냉전 사태를 표현하며 이 이야기를 언급한 이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을 비유할 때 ‘다모클레스의 칼’이 언급된다.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은 당시에는 이 정도로 위험하고 무모한 실험처럼 보였던 것이다.

비약적인 일상의 변화 한 축에 웨어러블 컴퓨터가 있다. 손목에 찬 시계만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 정보를 파악하거나 신체의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되었으며, 0.5㎏에 불과한 HMD를 쓰고 가상 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웨어러블 컴퓨터는 더 이상 육중한 무게로 우리를 위협하지 않지만, 대신 일상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고 사용하는 방법론에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편리하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보안이라는 새로운 위협 요소가 말총에 매달린 듯 위태롭다. 007에게는 영화에서 허용한 살인 면허가 있으니 어지간한 사건에서도 면죄부를 받지만, 면허가 없는 우리에게는 기술의 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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