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김정태의 내 인생의 책 ①]
[경향신문]
“세상의 모든 책은 사람이다.” 가끔 찾는 헌책방이 상호 대신 사용하는 간판 문구다. 이 글은 ‘세상 모든 사람은 책’이란 뜻도 된다. 초등 교과서로 처음 책을 접했던 시절, 살아있는 책들을 먼저 만났다. ‘할배·할매’가 들려준 전래동화, 전설, 영웅담이 어린 마음을 흔들고 꿈이 되고 세계관으로 녹아들었다.
1971년 산골 국민학교 2학년 교실에도 문교부 독서장려운동이 펼쳐졌다. 진녹색 표지에 <한국 위인전집>이란 어렵고 두툼한 책들은 암기과제로, 시험문제로 때론 독후감 숙제가 되었지만 종래에는 세상의 안내자가 되었다. 한글을 깨치고 입학한 터라 칭찬을 독차지하는 성취감도 컸다. 나를 춤추게 한 이는 김일우 선생님이다. 선생님 손에 끌려 3학년부터 읍내 고전읽기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첫 경시대회 과제가 <성웅 이순신>이었다.
진문 앞을 지키는 소년 순신의 전쟁놀이 장면부터 부러진 다리를 버드나무 껍질로 싸매고 완주한 무과 시험기며, 단기필마로 여진족 장수를 사로잡고, 불을 뿜는 거북선을 앞세워 연전연승하는 장군의 무용담이 가슴을 끓게 했다. 23전23승 신화 속에 감춰진 세 번의 파면과 두 번의 투옥, 두 번의 백의종군이란 고난을 그때는 몰랐다. 굴곡진 관직 생활과 크고 작은 곤경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에서 비롯되었음도 알지 못했다. 잔인한 운명 앞에 ‘하늘은 이다지도 모질단 말인가(天何不仁之如是耶)’라는 울부짖음이 사즉생(死則生)과 동의어였음은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충무공이 모진 운명을 극복한 정신은 정의에 대한 치열한 고뇌, 국가와 이웃에 대한 지극한 사랑, 맡은 일에 대한 한없는 정성,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준비에서 나왔을 것이다. 충무공 정신은 경시대회 후 선생께서 사주신 자장면 맛과 함께 깊은 여운이 되어 공직생활의 지침이 되고 있다.
김정태 |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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