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분유회사' 남양유업, 육아휴직하면 인사 보복?

이동경 2021. 10. 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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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창업주 외손녀는 마약을 하고, 회장님 댁 큰아들은 회삿돈 맘대로 쓰고 게다가 회장님까지..

정말 사주일가의 사고가 끊이질 않네요.

◀ 김효엽 ▶

그 때 마다 회사까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불매운동도 벌어졌는데..

아니 회사 직원들은 무슨 죄입니까?

◀ 허일후 ▶

이렇게 사주 일가의 행태가 회사 경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걸 '오너리스크'라고 하잖아요.

남양유업이야 말로 이 오너리스크가 회사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로 보입니다.

◀ 이동경 ▶

네, 최근 남양유업은 육아휴직을 쓴 직원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요.

이것도 홍원식 회장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이 직원을 직접 만나, 그간 겪은 일들을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2년 남양유업에 입사한 최 모 씨.

10년 넘게 광고대행사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회사 광고팀에 들어왔습니다.

당시는 남양유업이 분유를 넘어 종합 우유가공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시기였습니다.

광고팀은 홍원식 회장이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꼼꼼히 챙기는 부서였다고 합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회장이 특히 광고와 마케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중간에 어떤 사람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지시를 했고 아침 7시에도 전화가 오고, 밤 10시에도 전화가 오고, 주말에도 전화가 오고 시시때때로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하기 때문에 항상 언제 무슨 지시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스탠바이 상태였어요."

밤낮과 주말도 없이 일하길 6년.

최 씨는 성과를 인정 받아 최연소 여성팀장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제가 어쨌든 한 회사 들어왔고 그 회사에서 어떤 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정말 ‘월화수목금금금’ 이런 식으로 정말 제 개인 생활은 없이 그렇게 일을 해 왔거든요. 그래서 팀장이 되고 나서는 내가 고생한 거에 대한 보상은 일부 받은 것 같은 느낌은 들었죠."

팀장을 맡고 2년 만엔 아이도 생겼습니다.

마흔 둘에 얻은 소중한 생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휴가는 언감생심.

출산 사흘 전까지도 일을 했고, 아이를 낳고서도 충분히 쉬지 못했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당시 남양유업이)결혼과 동시에 자연적으로 퇴사하거나 아니면 출산하면 본인이 그만두게 하거나 이런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감히 출산휴가를 써야겠다. 그런 생각 자체를 못 했어요. 그래서 제가 금요일까지 일을 하고 월요일 날 갑자기 애를 낳아서 그날부터 출산휴가를 해서 한 3주 쉬고, 그리고 다시 출근을 한 거죠."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홍원식 회장의)전화가 오면 안 받을 수도 없고. 이러다 보면 갑자기 짜증이 나는 거예요. 아기는 아무 죄도 없는데 괜히 내가 내 화를 당장 애한테 풀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제가 그때 너무 그때는 눈물 나면서 '내가 왜 회사 다니나, 내가 왜'. 애한테 화를 내는 저를 보면서 제가 굉장히 놀랐어요. 그리고 내가 무서웠고"

결국 최 씨는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지난 2015년,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제가 큰 결심을 하고 불안했지만, 그동안 제가 회사에 기여한 게 있기 때문에 1년 정도는 제가 (육아휴직으로) 빠져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1년 뒤 복직한 최 씨.

그런데 복직 첫날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인사팀에서 갑자기 인사팀에 책상 하나를 비워놨더라고요. 책상이, 비워놓은 자리가 바로 대표이사실 바로 앞이었어요. 거기다가 자리를 하나 비워 놓고 여기 앉아 있어라. 그래서 아니, 내가 광고팀 팀장인데 내가 여기에 왜 있냐. 그랬더니 [너 보직 없다. 휴직과 동시에 보직 없어졌고 지금 광고팀에 티오(자리)도 없고 할 일이 없으니까 여기 있어라]라는 거예요."

최 씨가 거듭 원래 소속 복귀를 희망하자, 회사는 소속을 광고팀으로 옮겨 줬습니다.

그런데, 자리가 이상했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너 그렇게 원하면 광고팀으로 보내 주겠다. 하지만 일은 없다. 그래서 보내 준 게 탕비실 옆에 자리. 탕비실 옆에 이제 저희가 택배 포장하는 조그만 자리가 있어요. 그 자리를 딱 앉히는 거예요. 굉장히 이거 나를 정말 이거는 모멸감을 느끼게 하려는 거란 걸 한눈에 알죠."

최 씨는 소속만 광고팀이었지, 팀 회의에 참석도 못 한 채로 단순 업무만 반복해야 했다고 합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광고팀장은 저한테 일언반구 얘기도 없고, 광고 회의할 때 저를 부르지도 않고. 부문장이 불러서 '인사팀에서 이런 일을 너한테 하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일을 주는 거예요."

그리고는 11개월 뒤, 최 씨는 갑자기 경기도 고양에 있는 물류센터로 발령났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거기(고양 물류센터)에 사람이 그만뒀다. 사람이 필요하다. 네가 가라. 그래서 내가 물류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람이 그만뒀다고 내가 거길 어떻게 가서 일을 하냐. 그랬더니 가서 배우면 되고, 그리고 당장 너는 경력이 선임 과장인데 가면 뭘 못 하겠냐. 일단 가라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7개월 뒤엔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보내졌습니다.

이번엔 충남 천안이었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천안은 차편이 없어요. 산꼭대기에 회사가 있어서, 다 S자 코스에요. 거기를 제가 운전한다는 거는 이거는 제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거기 때문에 못 하고. 그래서 차라리 그냥 그만두게,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냐고. 그랬더니 회사는 전혀 그런 뜻 없다.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다."

제 발로 회사를 나갈 때까지 회사가 괴롭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속버스와 택시를 타며 서울과 천안을 오간지 1년.

최 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한 인사를 바로잡아 달라는 신청을 냈고, 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굉장히 외롭고 힘든 상태여서 도저히 제가 못 견디겠다 이거는. 그래서 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로 해서 소송을 했고, 다행히 그거는 받아들여져서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원당(고양 물류센터)으로 복직을 시킨 거죠."

최 씨는 이와 별개로, 복직 후 자신을 광고팀에 보내지 않은 건 부당한 인사라며 회사와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1심에선 승소, 2심에선 패소해 현재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최 씨가 육아휴직을 쓰기 전부터 최 씨의 업무평가 등을 고려해 보직해임과 업무변경을 검토하고 있었다"며 "이를 알리자 최 씨가 인사발령을 피하려 육아휴직을 쓴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모든 직원들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며, 이를 사용했다고 인사상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최근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서 최 씨의 복직 뒤 인사와 업무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홍원식/남양유업 회장(sbs제공)]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서 지금 못 견디게 해."

[홍원식/남양유업 회장] "위법은 하는 건 아니지만 좀 한계선상을 걸으라 그 얘기야. 그런 게,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직원을 못견디게 만들라는 회장님의 엄명.

남양유업의 이런 전방위적 압박은 '직장내괴롭힘'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유재원 변호사] "회장의 녹취록에도 나왔지만 아주 일을 더 가중화하게 시켜서 압박을 하자고 하는 부분까지 나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가 분명히 생기죠."

직장 내 괴롭힘의 여지가 분명히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육아휴직 뒤 흐른 5년의 시간…

광고팀으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 모 씨 / 남양유업 직원] "남양유업이라고 그러면 누가 봐도 분유 회사고 우유 회사잖아요. 제일 최초의 소비자가 엄마인데, 여성인데 뭐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월등하라는 것도 아니고 비슷하라는 것도 아닌데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여자와 엄마를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게 저는 이게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304679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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