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수아레스, 쿠만에게 달콤한 복수극 완성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 아틀레티코, 바르사전 2-0 완승
▲ 수아레스, 친정팀 바르사 상대로 1골 1도움
▲ 수아레스, 라리가에서 맞상대한 31개팀에게 모두 득점 성공
[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20년 여름, 로날드 쿠만 감독에게 쫓겨나듯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달콤한 복수극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틀레티코가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홈에서 열린 바르사와의 2021/22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 8라운드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아틀레티코는 1위 레알 마드리드보다 1경기를 더 치른 상태에서 5승 2무 1패로 승점 17점 동률을 이루었다(골득실에서 레알이 +13, 아틀레티코가 +5).
이 경기에서 아틀레티코는 3-1-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수아레스와 주앙 펠릭스가 투톱으로 나섰고, 야닉 카라스코와 마르코스 요렌테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코케를 중심으로 토마 르마와 로드리고 데 파울이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라울 히메네스를 중심으로 마리오 에르모소와 스테판 사비치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골문은 언제나처럼 아틀레티코의 수호신 얀 오블락 골키퍼가 지켰다.
바르사가 점유율에서만큼은 71대29로 크게 앞서면서 경기를 주도하긴 했다. 하지만 바르사는 공격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면서 이렇다할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많지 않은 공격 찬스에서 르마와 펠릭스, 수아레스가 좋은 호흡으로 효과적인 역습을 감행하면서 바르사의 골문을 위협했다.
8분경 르마의 중거리 슈팅과 16분경 펠릭스의 슈팅이 연달아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스쳐지나가면서 아쉽게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틀레티코는 결국 셋의 연계플레이로 연달아 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했다. 먼저 23분경에 펠릭스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다가 패스를 내준 걸 수아레스가 감각적인 원터치 대각선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받은 르마가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서 전반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펠릭스의 스루 패스를 르마가 크로스로 넘겨주었고, 이를 받은 수아레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수아레스는 골을 넣자마자 처음엔 친정팀 바르사 팬들을 감안해 세레모니를 자제했으나 마지막 순간 전화기를 집어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중계 화면은 곧바로 전화 통화 중인 바르사 감독 쿠만(6라운드 카디스전에 퇴장 징계를 받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었다.
수아레스는 전화기 세레모니에 대해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전화기 세레모니는 내가 여전히 같은 번호를 쓰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 세레모니가 일방적인 전화 통보로 1분 만에 자신의 방출을 알린 쿠만을 향한 저격성 메시지라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 수아레스는 바르사전을 앞두고 가진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쿠만은 마치 날 15살 어린아이처럼 훈련장으로 보냈다. 이는 나에게 상처가 됐다. 쿠만의 무례한 태도에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괜히 중계 카메라가 수아레스와 쿠만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 게 아니다.
수아레스는 2014년 여름 바르사에 입단해 2019/20 시즌까지 6시즌 동안 뛰면서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입단하자마자 리오넬 메시-네이마르와 함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공격 트리오를 형성하면서 트레블(챔피언스 리그, 라리가, 코파 델 레이 3관왕) 위업을 달성했고, 2015/16 시즌엔 40골을 넣으며 당당히 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6시즌 동안 그는 바르사 소속으로 283경기에 출전해 195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쿠만과의 마찰 끝에 정든 바르사를 떠난 그는 아틀레티코에 입단한 지난 시즌 전반기 맞대결에선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결장했고, 후반기 맞대결에선 무득점에 그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 바르사에게 골을 넣으며 2014년에 라리가에 입성한 이래로 맞대결을 펼친 31개 팀에게 모두 골을 넣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경질설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는 쿠만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긴 만큼 수아레스 입장에선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는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경기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건 르마와 펠릭스였다. 르마 역시 수아레스처럼 1골 1도움으로 2골에 모두 관여했고, 펠릭스 역시 개인기와 센스를 바탕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수아레스는 르마-펠릭스와 비교하면 움직임의 폭도 적었고, 활동량도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한 센스와 노련미를 바탕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추가골을 넣으며 팀의 2골을 모두 책임졌다. 그를 살리기 위해선 다른 선수들이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적어도 아틀레티코에서 아직까지도 그보다 더 득점 생산성이 좋은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그가 아틀레티코에 꼭 필요한 이유이다. 반면 챔피언스 리그 2경기에서 연달아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은 바르사의 사정을 고려하면 여전히 결정력만큼은 뛰어난 수아레스가 그리워질 수 밖에 없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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