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내각 내일 출범..아베 측근 요직 포진(종합)

박세진 2021. 10. 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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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외무· 기시 방위상 유임..경산상엔 하기우다 내정
기시다 정권의 자민당 주요 인사 (도쿄 교도=연합뉴스)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집권 자민당 총재가 지난 1일 오후 도쿄도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임시 총무회에서 주요 간부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엔도 도시아키 선거대책위원장,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 기시다,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이세원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4일 총리로 취임한다.

기시다는 이날 오후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실시되는 지명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를 잇는 제100대 총리로 선출된다.

현재 하원 격인 중의원에선 전체 465석 중 가결 기준인 과반 선을 크게 웃도는 275석(무소속회 포함, 65.4%)을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차지하고 있다.

상원 격인 참의원도 여당 측 의석이 전체(245석)의 과반인 139석(56.7%)이어서 양원에서 기시다의 총리지명이 확실한 상황이다.

중·참의원에서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중의원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기시다는 지명선거가 끝난 뒤 연정 상대인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곧바로 회담을 열어 연립내각 구성을 협의하고 조각본부를 설치한다.

이어 신임 관방장관이 새 내각의 각료 명단을 발표한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후 기시다는 새 각료들과 함께 나루히토(德仁)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친임식(親任式)에 참석한 뒤 새 내각을 정식으로 출범시킨다.

3일까지 윤곽이 드러난 기시다 내각의 주요 면면을 보면 스가 내각까지 포함해 9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아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컨트롤 타워에 해당하는 총리관저의 2인자인 관방장관에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이 내정됐다.

마쓰노는 2012년 미국 뉴저지주 지역지 '스타레저'에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 책임을 부정하는 의견 광고를 아베 당시 자민당 총재 등과 함께 낸 인물이다.

새 재무상에는 아베의 맹우(盟友)로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현 부총리 겸 재무상의 아소파 소속인 스즈키 순이치(鈴木俊一) 전 환경상이 낙점을 받았다.

경제산업상에는 아베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유임하는 쪽으로 굳어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와 싸운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은 지방창생담당상을 맡는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교도=연합뉴스]

앞서 지난 1일 단행한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도 아베의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가 당 2인자인 간사장에 임명됐다.

아베가 총재 선거 때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이 됐다.

아베의 맹우인 아소는 제2차 아베 정권 이후 줄곧 지켰던 부총리 겸 재무상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자민당 부총재 자리를 확보했다.

총리 취임 앞둔 기시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차기 일본 총리 취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집권 자민당 총재가 1일 오후 도쿄도(東京都)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임시 총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photo@yna.co.kr

이 때문에 총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 결과적으로 기시다의 당선에 기여한 아베와 측근인 아소, 아마리 등 이른바 '3A'의 영향력이 기시다 정권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극우 성향의 인물들이 상당수 발탁된 점도 눈에 띈다.

다카이치는 2선 의원 시절부터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기술을 문제로 삼아 온 아베의 동지이고, 하기우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한 고노(河野) 담화와 관련해 사죄를 요구한 인물이다.

아베 정권 시절 권력의 핵심축으로 꼽혔던 아베 신조(가운데), 아소 다로(오른쪽), 아마리 아키라. 성의 이니셜을 따서 '3A'로 불린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약 7년 9개월간 이어진 아베 정권과 아베 노선 계승을 표방하며 1년여 집권한 스가 정권이 막을 내리는 가운데 앞선 정권에서 비위 의혹에 연루됐던 이들을 중용한 것도 앞으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리는 건설업체로부터 100만엔(약 1천7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아베 정권 시절이던 2016년 경제재생담당상을 사임한 바 있다.

그는 알선수재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혐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소를 면했다.

아마리는 의혹에 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 당 자금관리 책임자로 복귀했다.

역시 아베 정권 시절 정치자금 허위 기재 의혹으로 경제산업상에서 물러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가 자민당 조직운동본부장에 임명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아소는 아베 정권이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감추는 과정에서 벌어진 재무성의 문서 조작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인데 또 당의 요직에 임명됐다.

이런 배경에서 이전 정권의 비리를 척결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기시다 입장에선 내달 중의원 선거가 그의 정치 운명을 좌우하는 첫 고비가 된다.

내달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과반선을 넘는 의석을 차지해 승리하면 기시다는 국회 재지명 선거를 거쳐 제101대 총리로 취임하고, 그러지 못하면 '단명' 총리로 끝날 수도 있다.

기시다는 이달 14일 중의원을 해산할 예정이다.

이 경우 내달 7일 또는 14일에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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