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번째 노벨상 시즌.. 코로나 백신 개발자 수상할까
올해 120주년을 맞은 노벨상이 4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6개 분야 수상자를 발표한다.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으로 이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화두인 만큼 코로나19 연구에 기여한 과학자들이 생리·의학상 후보 목록 최상위에 올라 있다. 기후 위기와 싸우고 있는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올해도 평화상 유력 후보다.
특히 올해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생리·의학상이 주목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의 근간이 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개발한 선구자들에게 상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헝가리계 여성 생화학자인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부사장과 드루 와이즈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첫손에 꼽힌다. 앞서 두 사람은 노벨상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래스커상과 브레이크스루상도 수상했다. 브레이크스루상 재단은 “mRNA 기술은 오늘날 코로나19 싸움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인체면역결핍(HIV), 암, 유전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무궁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mRNA가 보편화된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없진 않다.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과학정보연구소 데이비드 펜들베리 분석가는 “노벨상 위원회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고, 수상을 하려면 보통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도 “mRNA 연구는 1980년대에 시작됐고 전 세계 다양한 과학자 그룹이 참여했기 때문에 누가 기술 개척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짚었다.
펜들베리 분석가가 꼽는 유력 후보는 2019년 래커스상 수상자인 프랑스계 호주 과학자 자크 밀러다. 밀러는 1960년대 인간 면역체계의 조직과 기능, 특히 특이 병원체와 암세포를 인식하는 능력을 지닌 B세포와 T세포를 발견해 백신 연구의 토대를 닦았다.
한국인인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도 클래리베이트가 예측한 수상 후보 명단에 올라갔다. 이 교수는 1976년 한탄강 주변에 서식하는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인 ‘한타 바이러스’를 발견했고, 예방 백신인 한타박스(Hantavax)와 진단법인 한타디아(Hantadia)도 최초로 개발했다.
평화상 후보로는 글로벌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한 세계보건기구(WHO)와 백신 공동구매·배분 기구 ‘코백스’가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 부실 대응과 저개발국가 백신 공급 부족으로 지탄을 받은 터라 수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인류 당면 과제로 떠오른 기후 위기와 관련해 툰베리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에게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만약 툰베리가 호명되면 역대 최연소(19세) 수상자가 된다. 세계적으로 언론 자유 침해 문제가 늘면서 국경없는기자회(RSF)와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문학상의 경우에는 최근 스웨덴 한림원이 북미와 유럽 문인들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다른 지역에서 수상자가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이지리아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 인도 작가 비크람 세트, 중국 작가 라오웨이, 모잠비크 작가 미아 쿠토 등이 언급된다. 스웨덴 문학 비평가인 요나스 텐테는 AFP통신에 “한림원이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 출신 천재를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별 수여식과 온라인 중계로 대체될 예정이다. 다만 평화상을 시상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오슬로에서 대면 시상식을 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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