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퍼터로 우승 함정우 "말 듣길 잘했네요"

조효성 2021. 10. 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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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2년 5개월만에 통산 2승
女골퍼 강예린 "한번 써봐"
10년 된 33인치 퍼터 권해
'스크린 황제' 김민수, 김홍택
장타 앞세워 공동 4위 올라
3일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한 함정우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역시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하나봐요. 프로골퍼 강예린이 여자친구인데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퍼터를 한번 써보라고 했어요. 그냥 말 듣고 들고나왔는데 퍼팅도 잘되고 우승까지 하네요."

천진난만하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펼치는 '괴짜 골퍼' 함정우(27·하나금융그룹)가 2년 만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2승 고지를 밟은 뒤 여자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3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일 4라운드. 전날 '데일리 베스트'인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선 함정우는 이날 긴장한 탓에 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긴 했지만 이후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합계 15언더파 273타. 함정우는 2위 주흥철을 2타 차로 따돌리고 2019년 5월 SK텔레콤 오픈 이후 2년5개월 만에 개인 통산 2승을 신고했다.

함정우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톱골퍼다. 2018년 신인상을 받은 함정우는 지난해에는 우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KPGA 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르는 등 꾸준함을 바탕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날 경기를 앞두고 "내 스타일대로 빨리빨리 치고 트로피 빨리 가져갈게요"라고 자신감을 보인 함정우는 "오늘은 처음부터 마음이 편안했다. 내가 우승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통산 2승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이렇게 2승을 하게 돼서 행복하다.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위기도 있었다. "4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이후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돌아본 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더욱 집중해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해 부진해서 반성을 많이 하고 우정힐스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해 자신감이 더 생겼다"며 남은 대회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센터 퍼터를 쓰던 함정우는 퍼팅이 불안해지자 새로운 퍼터를 찾았는데 여자친구인 강예린이 10년 전에 쓰던 자신의 퍼터를 한번 써보라고 권했다. 이 퍼터는 함정우도 10년 전에 썼던 모델이라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이날 함정우 우승의 원동력인 '퍼터'도 주목을 받았다. 함정우는 "여자친구가 KLPGA투어에서 뛰는 강예린이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예전 퍼터인 오디세이 다마스커스 퍼터를 한번 써보라고 해서 들고나왔는데 퍼팅이 너무 잘됐다"며 우승의 공을 돌렸다. 사실 함정우는 앞서 34인치 길이의 퍼터를 사용했다. 하지만 강예린의 퍼터는 33인치. 그런데 짧아진 퍼터가 빠르고 단단한 페럼클럽에서는 비밀병기가 됐다.

함정우는 이어 "프로골퍼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늘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른다"며 "그런데 오늘 치는 것 보니까 결혼해도 될 것 같다"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함정우는 내년 3월 결혼 예정이다. 이날 예비 신랑의 우승을 본 강예린은 어떨까. 강예린은 "남자친구가 내 퍼터로 우승했으니 나한테도 뭔가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웃어 보인 뒤 "평소에는 서로 '파이팅'하자고 하면서 '돈 많이 벌고 월요일에 만나자'고 한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주흥철이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2위에 올랐고 김영수는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스크린 황제'로 잘 알려진 김홍택과 김민수도 화끈한 장타를 앞세워 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4위에 함께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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