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SK 왕조의 주역' 채병용 "저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행복했던 선수"

김호진 기자 2021. 10. 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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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용 /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인천=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돌이켜보니 전 화려하진 않았지만 행복한 선수였습니다"

지난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투수 채병용은 지난 시즌 은퇴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많은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하고 싶다"는 선수의 뜻을 존중해 은퇴식이 연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SSG 구단은 선수와 상의를 했고, "더 이상 팬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는 채병용과 구단의 공감대가 형성돼 이날 은퇴식을 진행하게 됐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은퇴식 당일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돼 두 선수와 팬들이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경기 전 특별 이벤트로 '드라이브스루 사인회'로 은퇴식을 열었다.

KBO 리그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채병용은 특별 부스에서, 참가한 팬은 자동차 안에서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사인회가 진행됐다.

또 이번 은퇴식 경기는 올해부터 새롭게 신설된 '은퇴경기 특별 엔트리 제도'를 활용해 채병용이 팬들에게 선수로서 마지막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구단은 선수단의 협조를 통해 은퇴 선수를 정식 엔트리에 등록하고 선수 본인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서 선수단과 함께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다.

하지만 채병용은 이를 고사했다. 팀의 중요한 상황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채병용 / 사진=SSG 랜더스 제공


대신 예고했던 시구·시타 시간을 활용해 채병용의 피칭을 팬들에게 선보이는 라스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채병용 선수의 마지막 피칭을 위해 채병용의 막내아들인 채강준 군이 시타에 나섰다. 시구에 나선 채병용은 오랜만의 피칭으로 긴장한 탓에서인지 시구 도중 넘어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구 후 기념촬영, KT 황재균의 꽃다발 전달식도 있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선수단과 함께하는 공식 행사 진행됐다. 행사는 선수 시절 활약상이 담긴 기념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은퇴 기념 선물 및 꽃다발 수여, 동료들의 영상편지 상영, 은퇴사 순으로 진행됐다.

채병용은 은퇴사를 통해 "전 SK 와이번스 투수 현 SSG 랜더스 전력분석원 채병용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많은 공을 던졌던 이곳에 서니, 지난 선수 생활이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어려웠던 시절에 야구를 시작해 이렇게 은퇴를 하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지만, 참 행복한 선수였던 것 같습니다. 저를 행복한 선수로 만들어준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원클럽맨으로 헌신할 수 있었고 정말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제는 그라운드 뒤에서 팀과 후배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채병용은 군산초-신월중-신일고를 거쳐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19년까지 총 15시즌간 SK 소속으로 활약한 '원클럽 맨'이다.

2002년 51경기에 출전하며 주축 선수로 도약한 그는 선발과 중간계투, 구원 등을 오가며 2000년대 후반 'SK 왕조'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보직에 상관없이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채병용은 15시즌 451경기에 등판해 84승(73패) 29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채병용은 선수로서는 팀을 떠났지만, 계속해서 구단과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구단에서 코치 연수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퓨처스 및 루키팀 보조 코치, 전력분석원, 스카우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올 시즌부터 구단 원정 전력분석원을 담당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채병용은 "선수 유니폼을 벗고, 앞으로 도전할 저의 제2의 인생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SSG 랜더스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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