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내각 4일 출범.. 외교안보 안정성 방점, 대중 강경책 예고

최진주 2021. 10.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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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테기 외무, 기시 방위장관 모두 유임
하기우다 고이치·노다 세이코 입각 굳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이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8월 13일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기시 장관은 기시다 내각에서도 유임할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도쿄=AP 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4일 제10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새로 출범할 기시다 내각은 외교, 방위장관을 유임시키며 이전의 '아베 신조' 및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연속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안보에서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식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 총재선거 당시 공약대로 전략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경제안보 담당 각료와 총리직속 인권담당보좌관 신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견제 정책에 선도적으로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에 강경했던 외무·방위장관 모두 유임

3일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자민당 총재는 4일 출범할 내각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과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을 모두 유임시킬 방침이다. 모테기 장관은 올해 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뒤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강창일 주일대사 부임 후 면담도 하지 않는 등 한일 관계에서 차가운 대응으로 일관했다. 당장의 양국 관계 개선에 큰 기대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기시 장관은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어릴 때 외갓집에 양자로 보내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성을 쓰고 있다.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그는 올해는 현직 방위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했다. 지난해 스가 내각이 출범 당시 방위장관을 맡아, 스가의 ‘아베 노선 계승’을 상징하는 인사로 여겨졌다. 이번에 기시다 신 내각에서도 자리를 지켜 일본 정부의 안보 분야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엄중한 안보 환경을 감안해 정책의 계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재는 전통적으로 주변국 관계를 중요시하는 ‘비둘기파’로 알려진 고치카이(宏池会)의 수장을 맡고 있지만, 원활한 정국운영을 위해 아베 전 총리의 의중이 실린 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일 끝낸 당 간부 인사에서도 호소다파와 아소파가 요직을 차지하고 기시다파 소속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파벌 내에서 "당 4역 중 한 자리도 없다"며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5월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무장관엔 전임 아소 다로 처남 스즈키 슌이치 임명 전망

아베의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장관은 정권의 ‘입’인 관방장관으로 예상됐으나 호소다파 내부 요청 등으로 7선의 마쓰노 히로카즈가 맡고, 대신 경제산업장관에 임명될 전망이다. 총재선거 때 경쟁한 노다 세이코 전 간사장 대행도 소자화(저출산)·지방창생 담당 장관에 임명된다. 노다 대행은 어린이청과 여성 활약 등의 업무도 담당한다.

재무장관에는 전임 아소 다로 부총리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 전 총무회장이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재 선거 때 기시다 후보가 가장 힘을 기울인 경제 공약 실현을 위해 장기간 재무장관을 맡았던 아소를 당 부총재로 임명하면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재는 이번 선거 당시 아베노믹스의 성장 정책은 계승하겠지만 그 혜택이 기업에만 돌아갔다면서,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향후 중의원 선거 후에도 수십조 엔 규모의 경제부양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최측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장관이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오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고바야시 다카유키, 고토 시게유키 등 첫 입각 거론

이날 저녁 NHK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개각에 첫 입각하는 사람이 20명 중 13명일 정도로 새로운 얼굴이 많다. 3선의 고바야시 다카유키(니카이파) 전 방위 정무관은 신설되는 경제안보담당장관에 임명된다. 그는 기시다 총재가 정조회장 시절 설치한 경제안보를 주제로 하는 신국제질서창조전략본부에서 사무국장을 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관련 특별조치법 개정 당시 야당과 협의하며 개정안을 정리했던 고토 시게유키(무파벌) 자민당 정조회장 대리는 후생노동장관에 기용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장관으로는 경제재생 담당장관에 야마기와 다이시로(아소파), 백신 접종 담당장관에 호리우치 노리코(기시다파) 등을 기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 △총무장관 가네코 야스시(기시다파) △법무장관 후루카와 요시히사(무파벌) △문부과학장관 스에마쓰 신스케(호소다파) △농림수산장관 가네코 겐지로(기시다파) △환경장관 야마구치 쓰요시(니카이파) △부흥장관 니시메 고사부로(다케시타파) △국가공안위원장에 니노유 사토시(다케시타파) △만국박람회 담당장관 와카미야 겐지(다케시타파) △디지털장관 마키시마 카렌(아소파) 등을 임명할 방침이라고 NHK는 전했다. 연립여당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장관에는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부대표를 기용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각료 내정자 명단. 그래픽=강준구 기자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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