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소홀 기업은 투자 못받아..'깐깐한 ESG'가 산재 막는 방패

정승환 2021. 10.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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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ESG로 자율규제
중대재해법 대안 떠올라
ESG 평가등급 잘 받으려면
협력사까지 안전한 환경 필수
산재건수·결근율 기준미달땐
금융기관서 대출·투자 막혀
"인위적 처벌보다 낫다" 평가
삼성화재 안전컨설팅 받자
기업 산업재해 발생률 '뚝'

◆ 기업 옥죄는 중대재해법 ③ ◆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가 최근 롯데케미칼 협력사에 대한 안전 컨설팅을 진행했다. 중대재해, 소방시설, 화재예방, 위험물 등으로 점검 과제를 분류해 살펴본 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보험사가 앞장서서 사고를 예방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산업재해 예방 컨설팅을 받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고객사보다 최근 3년간 평균 손해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면 보험사는 손해율이 감소하며,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사고 예방을 통해 인명 피해를 방지하고 사업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중대재해 파수꾼' 역할을 자처한 삼성화재의 산업안전 활동은 환경·책임·투명경영(ESG)과 맥을 같이 한다.

전 세계에 ESG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민간에서 자율적인 ESG 움직임을 통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의 메스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ESG라는 자율규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이 세계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내외 금융사 대출과 투자가 막힐 수 있고 전 세계 공급망 배제와 소비자 외면 등 크나큰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의 사업장 안전 문제도 ESG 활동을 통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재해 예방은 ESG 평가등급을 잘 받기 위해 필요한 경영 활동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022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새로운 ESG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안전활동 관련 내용이 한층 강화된다. ESG 모범규준 사회부문 2-4조항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 및 협력사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지원해 양질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

지배구조원은 분기마다 ESG 등급을 조정한다. ESG 평가는 지배구조원을 비롯해 지속가능발전소,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민간기관들이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ESG 등급을 잘 받기 위해선 전체 사업장과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재해 예방 조치도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협력업체 사업장의 위험·위해 요인을 조사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필요한 경우 협력업체 근로자의 안전보건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한 관리지표로 산업재해 발생 건수, 재해율, 결근율 등을 설정하고 관리·공개할 수 있다. 또한 안전보건 목표 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활동 내역을 이사회에 보고하며 정량적 목표 달성도를 경영진 보상 체계에 반영할 수 있다.

안전보건 시스템도 중요하다. ESG 평가 대상 기업들은 모든 안전사고와 근로자가 제기한 문제를 기록·조사해야 하며 조사·분석 시 성별, 연령 등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또한 위기상황 보고, 근로자 대상 대피 절차 마련, 근로자 훈련 시행, 화재 감지 및 진압 장비와 비상구 설치 및 복구 계획 등을 포함하는 위기관리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로자의 건강장해 발생 시 치료와 상담도 지원해야 할 분야다. 설동근 법무법인 광장 산업안전·중대재해팀장(변호사)은 "기업에 협력업체에 대한 산업재해 관리 책임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보건 시스템 인증은 자사 외에 협력사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협력회사가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교육, 인력 등을 지원해주는 한편 협력회사 평가 시 안전관리 수준 등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는 ESG 등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배구조원은 최근 16개사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ESG 위험을 반영한 결과다. 등급이 떨어진 16곳 중 4개 회사는 반복적인 근로자 사망사고 발생 등 산업재해 관련 위험에 노출됐다. 대우건설과 현대제철은 'S(사회책임)' 등급이 B+에서 B로, 한국조선해양과 고려아연은 B에서 C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국제적인 ESG평기기관 MSCI에서도 산업재해 위험을 ESG 점수에 반영한다. MSCI는 사업장 안전 정책과 재해율 등을 평가하고 있다. 설 팀장은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법 위반 내지 기사화는 ESG 평가 감점 요소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전략그룹장은 "ESG 관점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변화와 위험 관리 고도화 없이는 산업재해 문제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라며 "디지털기술 등을 통한 사고·재해와 안전관리의 효율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기업들은 ESG 경영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요즘엔 대기업들이 협력사 산재까지 책임지고 있는 추세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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