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협의 중"..전문가들 "재택치료 시 유용할 것"

이창준 기자 2021. 10. 3. 17: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미국 제약사 머크 사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머크 제공

정부가 최근 50%의 중증 억제 효과를 지닌 것으로 밝혀진 미국 제약사 머크 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구매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매 협의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간편하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개발된 만큼 재택치료 등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치료제의 연내 생산량이 제한돼 있어 각 국의 물량 확보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은 머크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와 관련해 “머크 사로부터 중간 임상결과를 직접 통보 받았으며 사망률 감소, 변이 바이러스 효과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선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 완료 등 일정 시점에서 제약사와 협의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각) 머크 사는 몰누피라비르의 임상 3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머크 사가 지난 8월 초부터 미국과 영국 등 23개국의 경증 코로나19 환자 385명을 대상으로 자사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입원 환자는 28명(7.3%)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377명의 위약 투여군에서는 45명이 입원하고 8명이 사망하는 등 총 53명(14.1%)이 중증 증세를 보였다. 해당 치료제가 중증 진행 가능성을 50% 가량 낮춰준 것이다.

머크 사는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경구 치료제로는 최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FDA가) 가능한 빨리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경구용 치료제가 향후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선 현장의 의료 부담을 충분히 낮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 때도 경구용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백신을 함께 사용해 유행을 종식시킨 경험이 있는데, 현재 효과가 다소 떨어지고 있는 백신의 틈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는 재택 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명분 투약량인 1코스(하루 2회, 5일)의 가격이 90만원을 호가하는 등 지나치게 비싼 점이 장벽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인당 300만원 수준의 생활치료센터 입소 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비용대비 효과가 큰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해당 치료제가 중등증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여 완전한 생활치료센터의 대체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FDA 등에서 허가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사용처 및 기회비용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맥 주사 형태로 투여하는 기존 항체 치료제들과 달리 경구 복용이 가능해 사용 접근성이 높아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 사는 올해는 1000만명분의 치료제만 한정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따라서 정부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된다. 다만 아직 투약 대상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양의 치료제를 과도하게 구매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수는 “하루에 확진자가 몇 명이 생기고 그 중 투약 대상이 몇 명 가량 필요할지 정확히 추계해 근거를 가지고 비축량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