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울고 경례하고..영화 '장진호'에 열광하는 중국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장진호'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에 따르면, 개봉 나흘째인 10월 3일 오후 3시 현재 영화 '장진호'의 입장 수입은 13억 2천만 위안, 우리 돈 2천4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영화에는 중국 영화 사상 최대인 13억 위안(2천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는데, 개봉 나흘 만에 이미 수입이 제작비를 넘어선 것입니다. 누적 관객 수는 2천7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날짜별 관객 수는 9월 30일 425만 명, 10월 1일 835만 명, 2일 891만 명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국경절(10월 1일) 연휴 중국 박스오피스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국경절 당일 흥행 기록 등 11개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기존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가 가지고 있는 역대 최고 입장 수입 56억 9천만 위안(1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사를 새로 쓸 기세입니다.
'장진호전투' 중국 시각으로 그려…마오쩌둥 아들 죽음 미화도
상영시간만 3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중국 시각으로 장진호전투를 그려졌습니다. 미군이 38선을 넘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해 중국군의 참전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합니다. 남북한 군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미군과의 전투에만 집중했습니다. 미군은 압도적인 무기를 갖추고도 힘없이 무너지는 존재로, 중국군은 애국심과 투지로 똘똘 뭉친 존재로 묘사됐습니다. 미군 장군이 후퇴하던 도중 총을 든 채 동사한 중국군을 발견하고 "이런 강한 군대를 상대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영화 보고 울고 거수경례 하고…당초 8월 개봉하려다 연기
중국 관영매체 보도들은 칭찬 일색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인민 군대의 뜨거운 애국심과 당·인민에 대한 충정을 보여줬다"면서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생생하게 풀어냈다"고 평가했습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란 뜻으로 중국이 한국전쟁을 일컫는 말입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영화 장진호는 국가 주권, 안보, 이익을 확고하게 지키고 경쟁자가 누구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정신을 조명하고 있다"며 "중국인은 문제가 닥쳤을 때 주춤하지 않고 도발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71년 전 상황을 지금의 미중 갈등에 결부시켜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힙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울었다는 글이,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관객들의 영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영화 '장진호'는 당초 8월 12일에 개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개봉을 늦췄고, 국경절 황금 연휴(10월 1~7일)에 맞춰 개봉했습니다.
국경절 연휴가 긴 데다 코로나 방역조치 때문에 자신이 있는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 건국기념일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이보다 더 개봉에 적합한 시기는 없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기 좋은 시점은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화 '장진호'의 흥행은 이미 예정됐던 것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중국 공산당 당 대회는 1년 뒤인 내년 가을에 열립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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