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국가' 카타르, 내년 월드컵 앞두고 첫 입법기관 선거

박하얀 기자 2021. 10. 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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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카타르 도하의 한 투표소에서 2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슈라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첫 입법기관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도하 | 로이터연합뉴스


군주제 국가인 카타르가 2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입법기관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렀다. 2022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가 국제사회를 의식해 세습 통치에 대한 개혁을 일정 부분 단행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남성·일부 부족 중심의 선거라는 한계도 드러났다.

전날 치러진 선거를 통해 슈라위원회 3분의 2를 차지하는 위원 30명이 선출됐다고 AP·AFP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카타르의 슈라위원회 위원은 45명으로, 그동안 군주가 지명했다. 카타르 내무부는 최종 투표율이 63.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슈라위원회는 입법권과 행정부 감시 권한은 없지만, 국왕이나 군주에게 법령 제·개정을 조언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등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기구로 전제 군주제인 걸프 지역 왕정에 모두 설치됐다. 다만, 위원들은 국방·안보·경제 정책 설정에 대해서는 발언권이 없다.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은 슈라위원회의 입법 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선거 후보자는 전국 30개 지역에서 모두 233명이 나왔다. 이 가운데 여성 후보가 26명이었으나, 선출된 후보 30명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거의 모든 후보가 일부 지역의 같은 가족이나 부족 출신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카타르 도하의 마키야 지역에서 간호 관리자로 근무하는 아이샤 하맘 알자심(59)은 “모두 남성 위원인 것은 카타르의 비전이 아니다”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번 투표가 “새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군주가 지배하는 걸프 지역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선거 제도를 도입한 것이 상징적인 개혁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승인된 선거법에 따라 1930년에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의 후손만 투표할 수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카타르인 수천명이 투표에서 배제됐으며, 선거법을 비판한 이들은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선거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한 알 무라 부족의 다피 알 메리(30)는 “이 문제는 새 위원회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카타르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현 정치 체제에 일부 민주주의 제도를 보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랍 걸프 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스미스 디완은 “카타르 지도부는 참여를 제한하고 정치적 논쟁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면서 (선거를) 조심스럽게 진행했다”면서도 “카타르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역할과 권리를 다르게 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중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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