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망 위기..제품·노동자·에너지 '3중고'
[경향신문]
전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 완성품의 생산은 부진한데, 억눌린 소비수요가 폭발하며 일부 국가에선 생활필수품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운송노동자와 에너지 부족 현상은 이같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공급망 위기가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3일 CNN과 가디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완성품의 공급 차질은 세계 주요국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반도체부터 의류 등 주요 제품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 오펠은 반도체 공급난에 튀링겐주에 있는 아이제나흐 공장을 내년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완성품의 재고 수준이 201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공급난은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이 최근 미국 소비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은 생필품의 공급 부족을 직접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향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80% 이상이었다. 최근 미국의 대형 유통매장 등은 공급난으로 인해 키친타월이나 휴지, 생수 등의 판매를 제한한 바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의 1차적 원인으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일부 개선되며 발생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지목된다. 아시아 등 주요 생산국들에서는 방역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으나, 미국과 유럽 등의 소비국에서는 봉쇄 조치가 완화되며 억눌려온 수요가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각국 정부의 부양책으로 인해 유동성이 넘쳐나게 된 것도 수요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품을 운반해야 할 운수노동자들을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코로나19에 따른 노동환경 악화와 자가격리, 각국의 국경폐쇄 등으로 운수 분야는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노동 이민의 문턱을 높인 영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에서도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화물선 수십척의 입항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됐다.
운송난은 에너지 부족 문제로도 이어졌다. 영국에선 기름을 나를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힘든 데다,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쳐 연료가 고갈되는 주유소가 늘어났다. 당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주 군병력 투입을 예고했다.
중국에서도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생산활동 증가와 석탄 가격 상승, 탄소 감축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력난이 발생했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생산 활동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는 에너지 절감 대책에 돌입했으나, 중국의 전력난은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한 현재의 상황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운송난과 에너지 수급 문제는 이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긴축 조치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고심 중이다.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제학과 석좌 교수는 지난달 30일 CNBC와 인터뷰에서 “공급망 문제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1970년대 목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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