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새 자민당 총재, 극우 인사 내각..도로 아베당 되나?
[경향신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총리 취임을 하루 앞둔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측근들을 내각에 두루 내정했다. 총재 선거를 도와준 주요 파벌들에 대한 보은 인사를 함으로써 자민당이 ‘도로 아베당’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기시다 총재가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을 유임한다고 보도했다. 엄중한 안보 환경을 고려해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요미우리는 해석했다. 기시 방위상을 비롯한 새 내각 명단은 4일 총리 인준 직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 방위상은 일본의 핵무장에 찬성하고, 평화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우익 인사다. 지난 8월 현직 방위상으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본명은 아베 노부오였는데, 어린 시절 외가에 양자로 보내져 친형인 아베 전 총리와 성이 다르다.
재무상에는 기시다 총재의 당선을 도운 주요 파벌 아소파의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전 자민당 총무회장이 유력하다. 스즈키 전 총무회장은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처남으로, 이번 총재 선거에선 기시다 총재의 추천인 대표를 맡았다. 재무상 자리를 계파 수장의 친인척에게 사실상 물려준 셈이다.
정부 2인자이자 대변인 역할을 맡는 관방장관에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문부과학상이 내정됐다. 마쓰노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일본 식민지배에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수정을 주장하는 강경 우익 인사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신임을 받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호소다파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경제산업상에 내정됐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이번 인사는 기시다 총재의 당선을 도운 호소다파, 아소파 등 주요 파벌들에 대한 보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본인은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나, 파벌 안배를 하느라 극우 성향 정치인에게 요직을 맡겼다. 이 때문에 기시다 측근들은 기시다 정부가 주요 파벌들에 대한 “꼭두각시로 보인다는 불안을 안고 있다”고 주간지 슈칸분슌이 전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 나갔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무파벌)은 지방창생담당상에 기용된다. 이외에도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전 국토교통 부(副)대신(기시다파)이 총무상, 후루카와 요시히사(무파벌)가 법무장관으로 입각했다. 고토 시게유키(後藤茂之)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대리(무파벌)는 후생노동장관으로 임명된다.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전 경제산업 부대신(아소파)은 경제재생 담당장관에 기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 문부과학장관에 스에마쓰 신스케(호소다파), 농림수산장관에 가네코 겐지로(기시다파) 등이 내정됐다고 NHK는 전했다. 연립여당 공명당 몫인 국토교통장관에는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부대표를 기용할 계획이다.
아베 정권의 비리 연루 인사들이 당 간부로 중용된 것도 논란이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당 간사장은 2016년 경제재생담당상 재직 당시 건설업체로부터 100만엔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장관직을 사임했다가 이번에 당 자금 관리 책임자가 됐다. 당 조직운동본부장에 임명된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경제산업상은 아베 정부 시절 정치 자금 허위 기재 혐의로 직에서 물러나고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정권 기반의 안정을 우선한 결과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재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4일 중의원을 해산할 방침을 세웠다. 중의원 선거 투표일은 다음달 7일 혹은 14일이 유력하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관련기사]일본 기시다 총재 인선 보니…“이럴 거면 아베가 하는 게 낫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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