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병용의 뒤늦은 은퇴식 "2009 KS 피홈런도 이젠 자부심"
[스포츠경향]
SSG 전력분석원 채병용(39)이 3일 구단이 마련한 은퇴 행사를 통해 팬들에게 공식적으로 고별 인사를 전했다.
SSG는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홈 KT전에서 채병용의 은퇴 행사를 진행했다. 구단은 2019시즌 종료 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채병용의 은퇴식을 지난해 거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일정이 밀려 결국 이날 은퇴식을 열었다.
채병용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KIA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SK(SSG의 전신)의 한국시리즈 3연패 꿈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채병용은 “원래는 등판 계획이 없었다. 당시 선수였던 김원형 (현 SSG) 감독님이 등판할 차례였는데, 내가 김성근 (당시 SK) 감독님과 눈이 마주쳐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맞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홈런을 맞은 직후 더그아웃에서 주저앉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더라”며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때의 아픈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다. 그는 “힘든 시기였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극복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기억”이라며 “앞으로도 내 이름이 프로야구 역사에서 계속 회자될 것 아닌가.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기록이라고 생각하기에 자부심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2002년 SK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채병용은 2019년까지 ‘원 클럽맨’으로 뛰며 통산 451경기에서 84승73패, 29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 4.21의 성적을 거뒀다. 은퇴 후엔 친정팀의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했다.
채병용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원형 감독은 “채병용은 헌신적인 선수였다.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3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한국시리즈 최종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선수가 아니라 항상 팀에 헌신했던 투혼의 아이콘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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