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아는 '그 손가락'..CNN "젠더전쟁 한계 다다른 한국"

/사진=CNN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CNN방송은 한국의 격화된 젠더(성별) 갈등을 전하며 최근 논란이 된 '남성 혐오' 손가락 모양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3일 CNN은 '왜 한국 기업들은 손 제스처(모양)에 불안해하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남성 혐오 논란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수십 년 간 '젠더 전쟁'(gender war)이 벌어지고 있는데 최근 이 전쟁은 극한 상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편의점 GS25,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 스타벅스 등의 '남성 혐오' 논란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에선 지난 5월부터 20개가 넘는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제품 등에서 페미니스트의 상징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을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 12개의 브랜드와 단체들이 남성 고객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은 GS25는 5월 초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의 경품 증정 홍보 포스터를 올렸다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터 속 엄지와 검지를 벌려 소시지를 집은 모습이 남성을 비하하는 그림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GS25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7월 스타벅스 커피의 한국 내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동서식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홍보 이미지 속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를 뜻한다는 일부 누리꾼의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 웃음이나 'OK'를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콘에 검지와 엄지를 모으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를 두고 지난 8월 일부 이용자들이 해당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뜻하는 것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CNN은 '남성 혐오' 손가락 모양 논란을 한국의 반(反)페미니즘 반대 움직임으로 분석하며 정부의 성 불평등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정서가 커지면서 페미니스트들과의 충돌이 심화했다고 봤다. 극심한 취업난, 치솟은 집값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에서 정부가 성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최근 수년간 여성 노동력 활용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이로 인해 젊은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는 느끼면서 반페미니즘 분위기가 커졌다고 본 것이다.

CNN은 "한국의 반페미니즘 역사는 길다"며 한국리서치의 5월 조사 결과를 인용해 "20대 남성의 77% 이상, 30대 남성의 73% 이상이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혐오감을 느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기업들이 제품을 수정하라는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젠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에서 반 페미니스트 세력들이 영향력을 얻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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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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